▲공주시 이인면 운암리에서 출발해 부지런히 걷기에 나서고 있다.
김종술
공동경비구역(JSA), 추노, 자이언트 등 TV드라마영화 촬영지로 주목받으면서 관광객이 넘쳐나는 충남 서천군 신성리 갈대밭은 우리나라 4대 갈대밭 중 하나다. 6만평의 작은 규모지만 10월에서 11월까지는 그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기로 유명하며 해 질 녘 노을이 더해져 전국의 사진작가들을 불러 모으고 있다.
신성리 갈대밭을 염두에 둔 공주시는 4대강 사업으로 조성된 우성면 죽당리에 신성리 갈대밭의 2배 규모인 12만 평에 거대억새를 심었다. 공주보와 연개한 관광벨트화를 위한 것으로 10억5300만 원의 예산이 투입됐다. 이것은 시간이 흐르면서 사람 키를 훌쩍 넘어서는 거대 억새밭이 되었다. 그러나 바늘하나 들어갈 수 없을 정도로 촘촘한 억새밭은 공주시의 골칫거리가 됐다. 담당 공무원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갈대도 아니고 거대억새라서 그런지 도통 사람들이 찾지 않는다. 산과 길하나 사이에 밀집한 거대억새 때문에 불이라도 난다고 생각하면 끔찍하다. 싹 밀어 버리고 메밀을 심으려고 하는데 어떻게 생각하느냐?"공주시보다 앞서 익산시도 바이오에너지 생산에 이용하기 위해 거대억새를 심는 등 강변 55만 평에 54억 원을 투자했다. 처음 익산시는 억새가 에탄올, 연료 펠릿 등 친환경 에너지로 활용할 수 있는 부가가치산업이라고 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활용가치가 떨어지고, 생산물량의 처리 곤란 문제가 생기며 퇴비로 사용하고 있는 실정이다.
기가 찰 노릇이다. 국책사업이라는 미명 아래 속도전으로 밀어붙였던 4대강 사업과 자치단체장의 조급함이 맞물리면서 추진했던 사업은 실상 '빛 좋은 개살구'였고, 애물단지로 전락해 버린 것이다.
수행자들이 걸어가는 길도 마찬가지다. 4대강 사업으로 인해 굽이쳐 흐르던 강물은 막히고 부루길과 배스 등 외국어종이 물속을 장악하고 있다. 강변은 미국자리공과 환경부가 지정한 생태계교란종 가시박이 점령해 버렸다. 4대강 사업으로 둔치관리까지 떠안은 자치단체는 급기야 제초제를 뿌리는 악수까지 두고 있다. 비료와 농약 살포로 강변이 오염되고 있다며 농민만 탓했던 그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
1급 살충제, 금강으로 흘러들어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