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르노빌 참사 30년... '방사능 우유' 마시는 사람들

초대형 방호벽 완공 '눈앞'.. 재앙은 '현재진행형'

등록 2016.04.26 08:20수정 2016.04.26 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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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체르노빌 원전 폭발 사고 30주기를 보도하는 CNN 뉴스 갈무리.
체르노빌 원전 폭발 사고 30주기를 보도하는 CNN 뉴스 갈무리.CNN

1986년 4월 26일 오전 1시 24분. 구소련이었던 우크라이나 체르노빌의 원자력 발전소에서 지축을 흔드는 폭발음이 울렸다. 지금껏 '20세기 최악의 원전 사고'로 불리는 체르노빌 원전 폭발 사고가 발생하고 꼭 30년이 지났다.

AP, CNN 등 주요 외신은 26일(현지시각) 사고 30주기를 맞이한 체르노빌의 참상을 소개했다. 긴 시간이 흘렀지만, 그곳은 여전히 방사성 물질이 흐르고 인적이 드문 '공포의 도시'로 남아있다.

당시 원전이 전력 통제 시스템을 시험하다가 제4 원자로가 폭발하면서 우라늄, 플루토늄, 세슘 등 치명적인 방사성 물질이 10톤 이상 공기 속으로 흩어졌다. 이는 1945년 일본 히로시마에 원자폭탄이 떨어졌을 때 핵 물질 방출량의 400배에 달한다.

체르노빌, 완전히 깨끗해지려면 3천 년 걸릴지도

원전 폭발보다 더 안타까운 것은 소련 정부의 안일한 늑장 대응이었다. 폭발 원인을 감추는 것이 더 우선이었고, 폭발 후 36시간이 지나서야 원전 인근 주민을 안전한 곳으로 대피시키면서 인명 피해를 키웠다.

소련은 사고 발생 이틀 뒤 28일에야 원전 폭발 사실을 공식 발표했다. 그것도 방사성 물질이 북유럽까지 날아온 것을 감지한 스웨덴 정부가 강력히 해명을 요구하자 마지못해 한 것이었다.

전력 부족이 극심했기 때문에 체르노빌 원전은 그렇게 큰 사고를 겪고도 6개월 만에 남은 3개의 원자로를 재가동했다. 그러나 1991년 제2 원자로에서 화재가 발생해 다시 가동을 멈췄고, 재가동과 중단을 반복하다가 2000년 완전히 폐기됐다.


국제원자력기구(IAEA)와 러시아는 30년이 흐른 지금도 체르노빌 원전의 정확한 폭발 원인과 피해 규모를 놓고 논쟁 중이다. 상황이 이러니 피해 주민에 대한 적절한 치료나 보상이 이뤄질 리가 만무하다.

체르노빌 인근에 살던 어린이의 갑상선 암 발병률은 원전 폭발 이전보다 33배 이상 폭등하며 성인 발병률을 넘어섰다. 체르노빌의 방사성 물질이 완전히 사라지려면 3000년이 걸릴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방사능 우유 마시는 사람들... 재앙은 '현재진행형'

AP는 사고 30주기를 하루 앞둔 전날 체르노빌과 가까운 벨라루스 국경의 한 목장에서 생산된 우유에서 벨라루스 농업부가 정한 안전 기준치의 10배가 넘는 방사성 물질이 검출됐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하루 2톤의 우유를 생산하는 목장 주인은 "건강에 전혀 문제가 없다"라고 주장하며 앞으로 생산량을 2배로 늘리고, 치즈도 만들 계획이라고 밝혔다. 여기서 생산된 우유는 전국으로 팔려나간다.

유럽연합(EU)의 지원을 받아 체르노빌 원전 사고와 관련한 암을 연구하고 있는  유리 반다제프스키는 "벨라루스 정부가 국민이 방사성 물질에 오염되는 것을 전혀 신경쓰지 않고 있다"라고 비판했다.

그나마 다행은 체르노빌 원전 폭발이 큰 깨달음을 주었다는 것이다. 전 세계가 원전의 공포를 뼈저리게 느껴 철저한 안전 규제와 방사성 폐기물 관리, 더 나아가 친환경 에너지 개발에 힘을 쏟게 됐다.

현재 체르노빌에서는 30년 전 폭발이 발생했던 제4 원자로 건물 전체를 초대형 강철 방호벽으로 덮어씌우는 공사가 한창이다. 미국, 영국, 프랑스, 중국 등이 참여한 공사는 내년 1월쯤 끝날 계획이다.

2010년부터 시작되어 총 20억 유로(약 2조3000억 원)의 예산이 투입된 '뉴 세이프 컨파인먼트(New Safe Confinement)'라는 이 대규모 공사가 성공적으로 끝나면 최소 100년 동안 방사성 물질 유출을 막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체르노빌에서는 아직도 방사성 물질이 흐르며 우유조차 마음 놓고 마실 수 없다. 아직도 전 세계에서 수많은 원전이 가동되고 있으며, 체르노빌의 재앙은 일본 후쿠시마에서 현재 진행형이다.
#체르노빌 #원전 폭발 #후쿠시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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