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운영하는 제주 한달살기집.
이연희
제주도에서 나는 '촌에 뭐 볼 거 있다고 들어와, 집값 땅값 다 올려놓는 빌어먹을 육지 사람'이다.
일 년 전만 해도 제주도 땅 중국 사람이 다 산다며 중국 사람들만 비난하더니, 이제는 외지인들이 와서 중산간 동네까지 집들을 짓는다며 무분별한 난개발 어쩌구 분통을 터뜨리는 분들이 많다. 3년 전만 해도 1억 원대이던 아파트가 3억 원이 넘는 게 정상이냐, 육지 사람들 거품이 언젠가 싸악 빠지면 이 오른 가격을 누가 책임질 거냐고 한다.
제주에 오지 마라, 나만 빼고?시장 원리에 따라 집값도 수요에 비해 공급이 부족하면 오르는 거다. 유입인구는 늘어나는데 집이 부족하니 오히려 집이 많아져야 가격이 떨어지지 않겠는가, 라고 주장하고 싶지만.... 그냥 '육지 것'도 아니고, 중산간 동네에 집을 지어 파는 부동산 개발업자이기까지 한 입장이니 만큼 가만히 찌그러져 있는 게 상책이다.
하긴, 연세 (보증금이 적거나 없는 대신 1년치 월세를 선불로 내는 방식. 도민 사회에선 죽어지는 세라고도 불린다) 150만 원, 200만 원짜리 집이 즐비하던 시골동네에 연 1000만 원, 2000만 원 집들이 출현하고 평당 17만 원이던 땅값이 1, 2년새 70만 원으로 올랐다니 황망하기도, 놀랍기도 하실 테지.
우리 가족이 처음 제주도 땅을 밟은 지난 2012년에도 '거품이 심하다'며 오를 대로 올랐으니 집이나 땅은 좀 더 기다렸다 사라고 만류하시던 분들이 수두룩했다. 그 때 그분들은 아직도 '거품론'을 주장하며 집을 못 사고 계신다. (심지어 갖고 있던 집을 파신 분도 있다.) 그리고, 작금의 상황에 대해 땅을 치고 후회하거나, 외지인들에게 분노의 화살을 돌린다.
어쨌든, 한 평생 큰 변화없는 환경에 사시다가, 제주에 이는 급격한 변화의 물결에 두려움을 느끼시는 제주도민들의 심정은 막연하게나마 이해가 간다. 하지만, 또 다른 삶을 찾아 한 두해 전에 이주해 온 동병상련의 제주 이민자들이 난개발 운운하며 주택 건축 허가를 제한해야 한다는 투의 의견을 개진할 때면 '그럼 댁들은 왜?'라는 말이 툭 튀어나오려는 걸 꾹 참는다.
물론, 나도 은근슬쩍 걱정이 된다. '이 아름다운 제주가 오염되지 말아야 할 텐데. 사람들이 너무 많이와서 이 그림같은 풍광을 볼 수 없게 되면 어쩌지?' 하지만, 제주도에 우리 가족까지만 와서 살고, 더 이상은 사람들이 안 왔으면 좋겠다는 마음은 제주 사랑을 빙자한 이기심에 다름아니기에 그런 생각을 대놓고 주장할 수는 없다.
기형적인 도시 생활에 지쳐 삶의 패턴을 바꿔보고자 제주도로 날아드는 사람들 아닌가. 한 달간 제주도의 느린 삶을 경험하며, 그동안 아이를 쥐잡듯 잡았던 것을 반성하고 삶의 또 다른 가치를 찾기위해 어렵게 제주도 행을 택한 사람들을 나는 계속 옆에서 보고 있다.
"28일 통계청이 발표한 '2015년 국내 인구이동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전입에서 전출인구를 뺀 제주지역 순유입 인구는 1만4257명으로 사상 최고였다. 지난해 8만3323명이 제주를 떠나는 동안 9만7580명이 전입했다. 제주에 새로 정착하고 한편으로는 떠나면서 하루에 39명씩이 매일 인구가 늘어난 것이다."
- 2016년 1월 28일자 <동아일보> 기사 발췌– 유입인구는 계속 느는데 이주민의 수요와 요구에 맞는 집은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대단위 아파트가 우후죽순 늘어나는 것도 아니고, 전원주택 단지는 아무리 많이 생겨봤자 한단지에 30세대 전후 규모다. 도시가 싫어서 온사람들이 제주 시내 아파트나 구도심 다세대 주택에 살고 싶어서 오는 건 아닐 테니, 전원 주택의 공급은 아직도 부족한 실정이다. 특히, 작년 한해 7154명이 이주해 전체 유입인구의 50.2%를 차지한 30, 40대의 경제 여건과 요구에 맞는 소형 전원주택은 아직 많이 부족하다.
제주에서 살려는 사람들, 그들을 어쩌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