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바닥에 톡 떨어진 뒤에 한참 동안 이대로 서서 쉽니다.
최종규
초피꽃이 필 무렵은 초피잎이 가장 보드랍다고 할 만해요. 초피잎이 가장 보드랍다고 할 만한 무렵은 민들레꽃도 한창입니다. 유채꽃은 차츰 저무는 사월 한복판이지만, 배추꽃이 피고 후박나무도 꽃봉오리를 터뜨려요. 곧 장미나무도 커다란 봉오리를 터뜨릴 테고요.
날개를 제대로 말리지 못한 탓인지 뒤뚱뒤뚱 걷기도 하고, 한 번 날아오르는가 싶다가도 마당에 떨어진 산호랑나비를 바라봅니다. 날개가 좀 가벼워졌는지 날개를 꽤 빠르게 퍼덕입니다. 그래도 꽤 오래도록 날아오르지 못하고 기운만 빠지는지 솔잎을 붙잡고 날개를 쉽니다.
이 예쁜 사월나비는, 봄나비는, 시골나비는, 또 '우리 집 나비'는 마음껏 하늘을 가르면서 새로운 몸을 기뻐할 테지요. 기쁘게 날갯짓을 하며 노닐다가 고운 짝을 만날 테고, '제(산호랑나비)가 태어난 초피나무'에 다시 알을 낳겠지요. 따스한 봄바람을 타고 우리 집을 비롯해서 우리 마을도 이웃 마을과 바다까지도, 또 골짜기랑 너른 들까지도 마음껏 날아다니렴. 아름다운 봄이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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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호랑나비 1 모시줄기를 붙잡고 기어오르려 하는 산호랑나비 ⓒ 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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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호랑나비 2 힘을 내어 날개를 말리렴. 그리고 날아오르렴. ⓒ 최종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