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 "육신사"라고 부르는 묘골 전경
추연창
낙빈서원(洛濱書院) 이름만 봐도 이곳이 물가에 있다는 사실을 짐작할 수 있다. 물(氵)이 붙어 있는 낙(洛)은 낙동강을 뜻하고, 빈(濱)은 '물 가(濱)'를 가리킨다. 게다가 빈(濱)은 현재 낙빈서원이 있는 대구광역시 달성군 하빈면(河濱面)의 이름자 중 한 글자다.
낙빈서원은 대구광역시 달성군 하빈면 묘동4길 21에 있다. 그런데 낙빈서원의 사당인 숭정사(崇正祠)는 육신사길 64에 있다. 강당과 사당의 주소가 상당히 다르다. 가보지 않고서는 두 건물이 붙어 있는지 어떤지 알 수가 없지만, 주소만으로는 낙빈서원의 강당과 사당이 전혀 다른 곳에 위치하는 것으로 느껴진다.
작은 산을 사이에 두고 서로 떨어져 있는 강당과 사당실제로 낙빈서원에 가보면 강당만 있고 사당이 없다. 사당만 없는 것이 아니라 동재도 서재도, 전사청도 홍살문도 없다. 사당이 없으니 당연히 내삼문도 없다. 강당 외에는 아무 것도 없다. 서원 강당은 마치 작은 서당처럼 홀로 대나무숲을 바라보며 조용히 앉아 있다.
사당에 가보면, 이번에는 강당이 없다. 홍살문도 있고, 외삼문과 내삼문도 있고, 재실과 전사청도 있지만, 강당은 없다. 강당과 사당이 앞뒤 또는 좌우로 함께 있어야 서원으로 인정받을 수 있을 텐데, 낙빈서원의 강당과 사당은 얕은 산자락을 사이에 두고 1km나 떨어져 있어 서로 보이지도 않으니 믿을 수 없는 일이다.
이렇게 낙빈서원은 여느 서원과는 구조가 확연히 다르다. 그렇게 된 사연은 구구절절해 낱낱이 설명하기가 간단하지 않다. 하지만 이 글을 읽고 눈과 마음으로 낙빈서원 답사를 대신할 독자들을 위해, 또는 현장에 들르고도 그 점에 대해 무심히 지나칠 방문객들을 위해 부족하지만 해설을 곁들일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