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물시장내 인심좋기로 소문난 경식상회 정인숙씨가 주문한 생선을 들어보이고 있다.
심명남
달빛에 비친 거무튀튀한 연등천은 사계절 내내 비릿한 바다 냄새가 콧등을 스친다. 작년 지인을 데리고 이곳에 왔더니 연등천을 '여수의 베니스'라 불렀다. 베니스 운하 부럽지 않은 연등천 변을 보며 소주 한잔 들이키면 힘든 세상살이가 싸~악 가신다.
날이 저물자 포장마차 알전구가 노란 불빛을 내뿜는다. 다리에서 바라본 연등천 불빛이 천상 베니스에서 본 야경을 연상케 한다. 화려한 조명을 내뿜는 여수 밤바다보다 천변에 비친 불빛이 더 고풍스럽다.
여수의 젖줄 연등천은 하루에도 몇 번 밀물과 썰물이 오르내린다. 새벽부터 장이 서고 나면 다음날 새벽까지 포장마차의 불빛은 꺼질지 모른다. 서시장 아래로 연등천을 따라가면 마지막 포구에 발길이 멈춘다. 여객선터미널이 종점이다. 터미널 너머로 펼쳐진 어시장이 바로 여수의 자랑 '남산동 풍물시장'이다.
이곳은 주로 회를 떠가는 활어와 건어인 마른 물고기를 판다. 오래 전부터 포장마차가 성업했던 연등천 포장마차에 이어 몇 년 전부터 탁주를 마실 수 있는 대폿집이 들어섰다. 호주머니가 가벼워도 푸지게 마실 수 있는 곳이다.
즉석에서 안주를 골랐다. 오늘 고른 안주는 민어와 조기, 붕장어와 서대 등이다. 경식상회 정인숙씨는 서대는 국산서대를 먹어야 제 맛이라고 한사코 냉장고까지 걸어가 서대를 꺼내왔다.
"저도 오늘은 장사고 뭐고 다 제껴두고 막걸리 한잔 마시고 싶소. 인자본께 우리 아파트에 같이 사는 이웃이데요. 옛소! 오늘은 덤으로 이것도 함께 자셔보소. 국산 서대가 참말로 맛이 쫀득쫀득 하당께."생선구이로 배 채워도 활어의 반값