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료칸 잇큐소(一休莊). 이곳에서 이틀동안 묵었다. 소박하면서 조용한 숙소였다.
유혜준
규슈에는 17개의 규슈올레가 조성되어 있다. 이 가운데 가장 먼저 걷는 길은 사가 현에 있는 우레시노 코스. 사가 현에는 3개의 규슈올레가 있다. 우레시노 코스, 다케오 코스, 가라쓰 코스. 이번 도보여행에서는 7개 코스만 걸을 예정인데, 사가 현의 3개 코스는 다 걷는다.
우레시노 코스 전체 길이는 12.5km. 차가 유명한 지역답게 코스 곳곳에 너른 차밭이 시원스럽게, 가끔은 아기자기하게 펼쳐진다. 소요 예상시간은 4시간~5시간 정도. 코스에 차밭만 있는 건 아니고, 멧돼지가 금방이라도 튀어나올 것처럼 울창한 숲도 있고, 폭포도 있고, 강을 따라 걷는 길도 있어 지루하지 않다. 히젠요시다 가마모토 도자기 회관에서 출발해 우레시노 시내에 있는 시볼트 족탕에서 끝난다.
우레시노는 차 외에도 온천이 유명해, 일본의 3대 피부 미용 온천 가운에 하나로 손꼽힌다나. 그러니 우레시노에 가면 규슈올레만 걷지 말고 하루쯤 머물면서 온천을 즐기시라. 절대로 후회하지 않을 것이니.
우레시노 버스센터에서 가미사라야로 가는 버스는 1시간에 1대 정도밖에 없다. 8시 40분쯤 배낭을 메고 스틱을 들고 료칸을 나서는데 쥔장이 묻는다. 언제쯤 돌아오느냐고.
글쎄요, 규슈올레를 걸으러 가는 길인데, 오후 3~4시경에는 돌아오지 않을까요?
그러자 쥔장이 "규슈 오루레" 하면서 반색을 한다. 규슈올레를 알고 있다는 의미렸다. 나 역시 쥔장이 규슈올레를 알고 있다는 사실이 반가웠다. 일본인들 사이에서 규슈올레가 유명해지면 덩달아 제주올레도 그만큼 유명세를 탈 수 있을 테니까.
우레시노 버스센터에서 버스를 기다리는데, 갑자기 어디선가 한국어가 들린다. 버스센터로 들어온 버스에서 나는 소리였다. 다케오 온센역으로 가는 버스라는 안내방송이 나오고 있었다. 규슈올레 코스 가운데 다케오 코스와 우레시노 코스를 한국 사람들이 가장 많이 찾는다는 얘기를 들었는데, 버스에서 흘러나오는 한국어 안내방송이 그런 사실을 증명하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