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 행진추모 미사 후 대전교구 사제단과 신자들은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을 촉구하는 침묵 행진을 진행했다. 사제들이 모형 배를 메고 앞장을 섰다.
최진
지난 한 주간도 세월호와 함께 힘차게 항해를 했다. 11일은 서울 광화문광장으로, 15일은 대전 대흥동성당으로, 18일은 다시 광화문광장으로 달려가 세월호에 승선했다. 25일에도 광화문 앞으로 달려갈 것이다.
2년 전 그날 이후로 수없이 세월호에 승선하곤 했지만, 늘 새롭게 슬픔도 힘이 되는 현상을 경험하곤 한다. 나는 어언 70고개를 바라보는 나이이고 몸은 병약하지만, 지치지도 않고 의기소침도 겪지 않는다.
올곧게 유지하는 슬픔과 분노로 세월호에 승선하고, 반복적인 승선 가운데서도 슬픔과 분노는 새롭게 재충전되곤 한다. 내가 지속적으로 세월호에 승선하는 일, 슬픔과 분노를 스스로 재생산하는 일은 양심과 오관을 지니고 사는 사람으로서의 본분과 도리이기도 하고, 대한민국 국민으로서의 당연한 권리이기도 하다.
그리고 신앙심의 발로이기도 하다. 나는 천주교 신자로 하느님을 믿으며 사는 사람이다. 하느님을 믿는 것으로 그치지 않고, 내 궁벽한 생활조건 속에서도 최대한 제대로 '따르기' 위해 나름 애를 쓰는 사람이다.
내가 성당에 가거나 광화문광장에 가서 미사를 지내는 것은 반복적으로 하느님을 '기억하기' 위해서다. 2천 년 전의 예수 그리스도를 잊지 않기 위해서다. 하느님을 기억하려는 마음, 2천 년 전에 하느님의 얼굴을 보여주셨던 예수님을 잊지 않으려는 마음을 스스로 확인하고 드러내기 위해서 나는 미사에 참례한다.
하느님은 인간에게 갖가지 고귀한 품성들을 베풀며 '기억력'이라는 것을 주셨다. 인간들로 하여금 하느님 당신을 잘 기억하도록 배려하셨다. 그리고 예수님은 자신을 길이 기억하도록 직접 부탁하고 명령도 하셨다. 그래서 그리스도교 신자들은 끊임없이 기도와 미사를 반복하며 하느님을 기억하고 되새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