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로 노점에서 만나는 다양한 음식들
임동현
그러다 2008~2009년 무렵에 대로에 있던 노점들은 탑골공원 골목으로 옮겨졌습니다. 퇴근길 직장인과 젊은 손님들이 찾았던 노점은 이제 어르신들의 공간이 되고 말았죠. 어르신들을 상대하다보니 낮에 일찍 열고 오후 10시가 넘으면 정리합니다. 젊은 사람들은 이전에 비하면 많이 줄었죠. 아니, 거의 찾아보기가 어려운 게 사실입니다.
메뉴는 다양해졌습니다. 닭똥집, 돼지껍데기볶음, 돼지고기를 넣은 김치찜, 꼬막, 석화, 간천엽, 생간, 과일, 오징어무침, 튀김, 계란프라이, 야채전, 주꾸미, 문어, 멍게, 돼지갈비 등 수시로, 계절마다 메뉴가 달라집니다. 가끔은 삶은 닭이 나오기도 하고, 고갈비, 조기구이, 동태찜 등이 자리를 차지하기도 합니다.
이 안줏값이 불과 3000~5000원. 만 원도 안 되는 돈으로 이런 메뉴를 맛볼 수 있습니다.
"맛이나 봐요" 돼지껍데기가 서비스
"삼촌, 오랜만에 왔네. 어서 와. 어서 와."4월, 벚꽃잎이 떨어지던 어느 날, 종종 찾았던 '이모님' 집으로 왔습니다. 단골들이 노점마다 많은데 제가 편하게 먹었던 곳이 바로 지금 말하는 이곳입니다.
이날 이모님이 준비한 건 돼지껍데기볶음, 멍게, 꼬막, 삼겹살, 그리고 주꾸미와 과일이었습니다. 주꾸미가 신선해 보이길래 주꾸미를 시켰습니다. 소주도 한 병 시키고요. 그러자 이모님은 주꾸미를 데칠 준비를 하더니 접시에 돼지껍데기를 담습니다. 그리고 제 앞에 놨습니다.
"주꾸미 데칠 동안 이거 맛이나 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