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4년 3월 20일 서울 세종로에서 덕수궁앞까지 수만명의 시민들이 참여한 가운데 '노무현 대통령 탄핵 무효를 위한 100만 촛불문화제'가 열리고 있다.
권우성
가만히 생각해보자. 우선 이번 총선과 17대 총선을 비교해 보면 이번 총선의 표심을 어느 정도 가늠할 수 있다.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탄핵발의로 민심이 새누리당과 새천년민주당에 대하여 최악인 상태였던 17대 총선 말이다.
당시 한나라당이 지역구 100석, 비례대표 21석으로 121석을, 열린우리당은 지역구 129석, 비례대표 23석으로 152석을, 새천년민주당은 지역구 5석, 비례대표 4석으로 9석을, 민주노동당은 지역구 2석, 비례대표 8석으로 10석을 각 차지하였다.
야권 지역구 득표율은 열린우리당이 41.99%, 새천년민주당이 7.96%, 민주노동당이 4.31%였다. 여당인 한나라당은 37.90%, 자유민주연합은 2.67%였다. 비례대표 국회의원 선출을 위한 정당투표는 한나라당 35.8%, 열린우리당 38.3%, 새천년민주당 7.1%, 민주노동당 13%였다.
이번 20대 국회의원 선거는 어떠한가? 지역구 전체 득표율은 발표되지 않았지만 17대 총선거에 비교해서 야권이 얻은 득표율은 훨씬 높다. 비례대표 선출을 위한 정당별 득표율은 새누리당이 33.5%, 더불어민주당이 25.54%, 국민의당이 26.74%, 정의당이 7.23%다.
분명한 것은 17대 총선의 경우 당시 집권여당인 한나라당과 새천년민주당이 심판의 대상이었고, 이번 총선의 경우 주된 심판대상은 새누리당이었지만 제1야당인 더불어민주당 또한 호남지역에서 심판의 대상이었다는 것이다. 그렇기에 17대 총선과 이번 20대 총선을 비교하면 여당의 득표율이 상당히 낮게 나타났고, 야당의 득표율은 예상을 초과한 것이다.
결국 제3의 정당인 국민의당 때문에 여당 지지층에서도 국민의당을 지지한 세력이 많은 것이고, 반면에 더불어민주당의 경우에는 정당득표율에서는 심판을 받기는 했지만 상대적으로 선방한 것이며, 새누리당과 더불어민주당을 반대하는 세력이 국민의당에 표를 던져 막대한 정당득표율을 얻게 된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만일 국민의당이 없었더라면 더불어민주당이 180석을 얻을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하는 것은 그야말로 독단이고 민심을 전혀 읽지 못하는 만행이다. 새누리당이 여러 가지 실정을 거듭한 것이 명백하지만 17대 총선에서 나타났던 국민적 저항에 비할 바는 아니었다.
그럼에도 야권이 훨씬 높은 득표율을 기록한 것은 새누리당을 지지하는 세력이 제3의 정당인 국민의당에 상당 부분 투표했음을 나타내는 것임을 쉽게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 그렇기 때문에 '더불어민주당이 국민의당이 없었더라만 180석 이상을 차지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민심의 방향을 따라가지 못한 것으로 오만의 극치를 보인 것이다
호남 심판 받은 더민주, 결코 승리한 것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