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조 활동 중인 습지와 새들의 친구 .
습지와 새들의 친구
도로를 닦는 토건사업 대부분은 관급공사다. 관급공사는 현금 확보에 가장 유리한 사업이다. 그리고 관급공사 인·허가권은 대부분 시·군 자치단체장 몫이다. 대구 MBC는 2004년 신년보도특집 '도로 공화국'에서 재원 배분이 항만이나 철도가 아닌 도로 중심으로 진행된다는 현실을 드러낸 바 있다. 이런 개발을 가장 비판하는 목소리는 환경단체에서 나왔다.
1993년 부산에서는 낙동강 하구를 가로지르는 을숙도대교 사업이 추진됐다. 사업이 발표되자 환경단체들이 반발했다. 하굿둑이나 낙동강대교가 있는데 굳이 자연을 파괴하면서 을숙도대교를 건설할 이유가 없다고 맞섰다.
이 과정에서 환경단체들은 개발논리에 맞서려면 더 치밀한 연구·조사가 필요하다는 인식을 하게 된다. 2000년 결성된 '습지와 새들의 친구'는 그런 고민이 낳은 단체였다. 2002년부터 이들은 매월 낙동강 하구를 탐사하며 철새 사진을 찍었다.
식생 변화나 지형 변화를 가장 잘 드러낼 수 있는 방법은 역시 사진이었다. 이 같은 활동 경력은 4대강 사업 반대 활동에서도 빛을 발한다.
'습지와 새들의 친구' 결성 배경은 부산지역 난개발이었다. 부산과 가까운 경남 양산시는 2003년 3월 스님 지율이 단식 투쟁으로 맞섰다. 경부고속철도 천성산 터널공사 노선 변경과 환경영향평가 재실시를 요구한 것이었다.
이제 대구로 가보자. 훗날 대구환경운동연합에서 활동하는 정수근은 2005년 대구를 대표하는 앞산에서 진행하는 터널공사를 반대하는 움직임을 주도했다. 대구가 교통이 열악한 지역이 아니라는 게 반대 이유였다.
경남 양산시에 살던 스님 지율도 한 곳에 머물지 않았다. 2008년 연말부터 낙동강 답사를 시작한 것이다. 천성산 도롱뇽 투쟁이 끝나면서 자연스럽게 4대강 개발이 진행될 낙동강으로 발길을 돌렸다. 바로 이때 정수근은 낙동강을 답사하는 스님 지율을 만나게 됐다.
지율은 큰 카메라를 둘러매고 다녔다. 걷거나 자전거로 이동하면서 낙동강 사진을 찍었다. 정수근은 지율을 차에 태워 낙동강을 함께 다녔다. 지율은 사진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4대강 사업 전후 사진을 찍어 비교 작업을 해야 한다고 강조하곤 했다. 2011년 대구환경녹색연합에서 활동하기 시작한 정수근은 블로그에 대구 주변 낙동강 사진을 올렸다.
4대강 문제를 집중적으로 파헤친 최병성 목사도 그랬다. 2000년 초반 강원도 영월 서강 근처에 쓰레기 매립장이 생기는 것을 반대하면서 서강을 돌며 사진을 찍었다. 그리고 그 사진을 언론에 제공하면서 꾸준히 이슈를 만들어 매립장 계획을 백지화시켰다. 2007년 4대강 사업에 관심을 보이면서 그 습관은 그대로 이어졌다.
이제 금강이 파괴되는 과정을 사진으로 남긴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김종술로 넘어가보자. 전라도 장성 출신인 그는 충남 공주에 살고 있다. 김종술은 공주에서 <백제신문>이라는 지역신문을 할 때 심규상을 만나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로 가입했다.
그가 쓴 가장 유명한 기사 시리즈 중 하나는 '
금강 물고기 떼죽음 13일간의 기록'이었다. 4대강 사업으로 금강에서 60만 마리가 넘는 물고기가 떼죽음을 당했고 이를 관찰한 것이다.
금강에서 물고기가 죽기 시작한 것은 2012년 10월 18일이었다. 김종술은 10월 21일부터 취재를 시작했고, 심규상 기자와 보도 방향을 의논했다. <오마이뉴스>에
"금강서 136cm 초대형 메기도 죽었다"는 기사가 떴을 때는 심규상은 김종술에게 메기 사진을 저작권 주장 없이 모든 언론에 제공하자고 제안한다. 10월 26일 이후 방송과 <한겨레>, <경향신문> 등에 이 사진이 보도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