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 논둑이나 밭둑에 난 좁다란 데에 올라가서 걸으며 놀기.
최종규
하치카이 미미 님이 글을 쓰고, 미야하라 요코 님이 그림을 넣은 어린이문학 <느릿느릿 양과 빨랑빨랑 양>(파란자전거,2011)을 읽습니다. 마음결이 사뭇 다른 두 양이 한마을에서 서로 이웃으로 지내면서 차츰차츰 새롭게 거듭나는 모습을 그리는 책입니다.
"비가 와서 밭일을 할 수 없는 날, 느릿느릿 양은 그림을 그립니다. 밖에 나가지 않고 집에서 멋진 그림을 그립니다. 빗소리를 들으며 물감을 묻힌 붓으로 천천히, 아주 천천히 그립니다."(35쪽)느릿느릿 양은 일부러 느리게 살려 하지 않지만 빨랑빨랑 양을 쫓아가지 못합니다. 빨랑빨랑 양은 부러 빠르게 하려 하지 않으나 느릿느릿 양하고 걸음을 맞추지 못합니다. 그러나 처음에는 이러할 뿐입니다. 서로 아끼고 헤아리는 마음으로 지내는 이웃이기에 느릿느릿 양은 빨랑빨랑 양이 어떤 마음인가를 느끼면서 반깁니다. 빨랑빨랑 양도 어느새 느릿느릿 양하고 걸음을 맞출 수 있을 뿐 아니라, '빨리'가 아닌 '즐거운 살림'을 짓는 손길을 배워요.
어른하고 아이는 서로 어떤 사이일까 하고 돌아봅니다. 어른은 아이보다 몸이 크고 다리가 길어요. 어른은 짐을 많이 나르고 밥도 지으며 달리기도 잘 합니다. 아이는 아직 혼자 밥짓기를 못하고, 빨래나 옷짓기나 집짓기도 못 하지요. 그러나 어른은 아이를 돌보면서 아이가 어떤 숨결인가를 읽고 아이하고 걸음을 맞춥니다. 아이는 어른하고 함께 지내면서 몸이 무럭무럭 자라요. 어느덧 어른하고 발걸음을 맞출 만큼 다부지게 큽니다. 일손을 어깨너머로 익히고, 심부름을 손수 하면서 새로운 길을 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