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겉그림
책과함께
제인 버뱅크 님하고 프레더릭 쿠퍼 님이 함께 글을 써서 선보인 <세계제국사>(책과함꼐,2016)라는 두툼한 책을 봄날에 읽습니다. 봄바람을 마시면서 '세계제국' 이야기를 돌아보고, 봄볕을 쬐면서 '세계제국'이 이 지구별에 남기려 했던 발자국을 되새깁니다.
제국을 이루었다고 하는 나라들을 살피면 하나같이 '이웃나라로 쳐들어가'서 '이웃나라 사람들을 끔찍하게 죽이'고, 그 이웃나라에서 나오는 것들을 '함부로 가로채거나 훔쳐서 제 것으로 삼기 일쑤'였구나 싶습니다.
쉽게 말해서 '나한테 없으나 이웃한테 있는 것'을 가로채거나 빼앗아서 '내가 혼자서 더 많이 가지려고 하는 마음'에서 전쟁무기와 군대를 일으키고, 이 전쟁무기와 군대를 바탕으로 자꾸자꾸 땅과 힘을 키운 제국 발자취라고 할까요.
'전쟁의 주안점은 약탈, 전리품 분배, 더 많은 전리품을 얻기 위한 진격이었다.' (156쪽)'몽골족은 상업 활동에 투자하고, 유라시아를 가로지르는 고속 운송 및 통신 체계를 유지하고, 상인과 장인을 보호하고, 관행으로 분쟁을 해결함으로써 장거리 교육을 실행하고 상상할 지평을 넓혀 주었다. 몽골족은 중국인과 달리 상인에 대한 양가감정을 드러내지 않았다.' (173쪽)<세계제국사>에서 다루는 수많은 '제국'을 헤아려 봅니다. 제국이 된 모든 나라는 참말로 전쟁무기와 군대를 늘리는 일에 돈과 힘과 품을 어마어마하게 쏟아부었습니다. 그래서 이 전쟁무기와 군대를 발판으로 삼아서 전쟁무기나 군대가 적거나 없는 이웃나라를 손쉽게 짓밟거나 무너뜨렸다고 해요. 그런데 전쟁무기나 군대를 엄청나게 거느린 제국은 모두 똑같이 '한 가지 골칫거리'가 있었다고 합니다.
워낙 전쟁무기나 군대를 크게 키워 놓다 보니까, '전쟁무기와 군대를 유지하는 돈'도 엄청나게 들었다고 해요. 그래서 제국은 모두 '식민지 사업'을 멈출 수 없었고, '군대를 거느리는 장군'한테 더 많은 혜택을 줄 수밖에 없으며, 이러한 흐름이다 보니 자꾸자꾸 새로운 전쟁과 정복으로 나아갈 밖에 없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한 번 다르게 생각해 보고 싶습니다. 제국이 된 모든 나라가 '전쟁무기와 군대'에 바친 돈과 힘과 품을 전쟁무기나 군대에 하나도 안 들였다면 어떠했을까 하고요. 그 엄청난 돈과 힘과 품을 '사람들 살림살이를 가꾸는 길'에 썼다면, 군대를 키워서 '군대 유지비'만으로도 나라살림이 거덜날 만한 경제가 되는 길이 아니라, '사람들이 저마다 오순도순 즐겁게 마을살림을 가꾸도록 하는 경제'가 되는 길을 걸었으면 어떠했을까 하고 말이지요.
'포르투갈은 아프리카의 고립 영토, 대양과 대륙을 넘나드는 강압과 상업을 통해 획득한 자원과 경험을 바탕으로 아메리카 대륙의 커다란 영토를 정복하여 차지했고, 뒤이어 아프리카인의 노동, 아메리카의 토지, 유럽의 시장을 연계하여 이익을 얻었다. 유럽인의 관점에서 보면 실제로 노예를 생포하는 일은 무대 밖에서, 아프리카 정치체들이 전쟁을 벌이고 습격하는 와중에 일어났다.' (241쪽)
'영국 제국과 프랑스 제국에서, 그리고 포르투갈 제국과 에스파냐 제국의 일부 지역에서 제국에 이익을 가져다준 것은 노예제였고, 노예제를 가능하게 만든 것은 제국이었다.' (272쪽)전쟁무기나 군대를 키우지 않았으면 틀림없이 '제국'이 안 되었으리라 느껴요. 전쟁무기나 군대를 안 키웠다면, '제국 발자국'을 안 남겼을 테고, 우리가 세계사나 한국사에서 배우듯이 '땅을 넓히거나 빼앗기는 흐름'도 없었을 테지요. 전쟁무기나 군대를 키우지 않았다면, 서로 다른 나라 사이라 하더라도 서로 쳐들어가거나 쳐들어올 일이 없을 테니까 '국경이 없이도 평화로운 삶'을 이룰 만했을 테고, '국경이 없이 서로 즐겁게 교류를 하는 아름다운 살림'을 이룰 만했으리라 느낍니다.
'국경 분쟁' 같은 일은 제국이라는 틀로 정치를 꾸리기 때문에 생긴다고 할까요? 제국이라는 틀이 따로 없다면, 작은 마을 사람들은 어느 정치권력자가 나라를 세운다 하더라도 대수롭지 않아요.
왜 그러한가 하면, 작은 마을 사람들은 봄에는 봄나물을 훑고 땅을 갈아서 씨앗을 심어요. 작은 마을 사람들은 대문을 걸어 잠그지도 않으면서 지내요. 작은 마을 사람들은 오순도순 아기자기하게 살지요. 총이나 칼이 없어도 평화롭기 마련인 작은 마을이요, 싸움이나 다툼조차 없이 서로 돕고 아끼는 두레와 품앗이가 이루어지는 작은 마을이에요.
무엇보다도 작은 마을은 언제나 자급자족을 이루어요. 정치나 경제가 어떠하더라도 작은 마을에서는 스스로 삶과 살림을 지으니, 스스로 심고 거두어서 밥을 먹고 옷을 지으며 집을 가꾸어요. 작은 마을일 적에는 이웃으로 쳐들어가지 않아요. 작은 마을이기에 '이웃으로 그릇을 들고 가'지요. 그릇에는 집집마다 맛나게 지은 밥을 담아서 다 함께 즐겁게 나누려고 이웃을 사귀어요.
'군대를 강화하기 위해 노예를 필요로 한 것은 제국들의 역사에서 별반 새롭지 않은 일이었다.' (344쪽)'아이티의 독립은 세계의 제국들에게 새로운 문제를 제기했다. 아아티는 해방과 탈식민지화의 선봉일까? 아니면 아프리카 노예들에 대한 통제력을 상실할 위험의 상징일까?' (346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