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규직관련법안이 통과되자, 노회찬 민주노동당 의원등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지난 2006년 11월 30일 비정규직관련법안이 통과되자, 민주노동당 의원등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04년 17대 총선에서 민주노동당은 10명의 의원이 국회로 입성했다.
오마이뉴스 이종호
물론 최근에 조성주라는 새로운 인물이 대중의 주목을 받기도 했지만, 정점을 찍었던 17대 국회 이후로는 거의 변화가 없는 셈이다. 그때나 지금이나 정의당의 위상도 비슷하고, 후보로 나서서 의미 있는 득표율을 보이는 사람도 비슷하며, 소수정당으로서 국회에서 보여주는 모습도 별반 다르지 않다. 결국 제3당의 영광은 국민의당에 돌아갔고, 너무 큰 격차로 인해 당당한 4당이 되기에도 많이 부족하며, 새로운 얼굴도 없어서 진보정당으로서의 역동적인 이미지도 약화된 편이다.
더 냉정하게 말하면, 정의당은 기존 정당들과 녹색당 같은 신진 정당 사이에서 샌드위치 신세에 가깝다. 한마디로 정치권력적 주목도는 세 당에 크게 뒤지고, 참신성은 녹생당에 밀리는 형국이다. 일단 이미지로만 따져봤을 때 정의당은 세월이 꽤 흐른 느낌마저 든다. (타인의 사건사고에 대해 계속해서 의견을 피력하며 일종의 피로감을 야기할 수밖에 없는 유시민이나 진중권 같은) 대표적인 얼굴들도 그렇고,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아무튼 그동안 있었던 수많은 일들 자체가 정의당에 어쩔 수 없는 시간적 부피를 부여한 셈이다.
여기에 더해서 확장성이나 성장 가능성의 측면에서 봐도, 정의당의 상황은 그다지 녹록지 않다. 앞으로 정의당이 지지율을 과연 얼마나 더 올릴 수 있을까? 기존에 정의당을 확실히 지지할 만한 사람들은 이미 지지율에 반영됐다고 봐야 하지 않을까? 이제는 정의당이 새로운 지지자들을 만들어내야 한다. 그런데 위에서도 말했듯이 흑백논리와 획일성이 지배하는 한국사회에서, 정의당은 '오른쪽'으로의 확장성도 별로 크지 않을 걸로 보인다.
반대로 왼쪽으로의 성장 가능성은 상대적으로 더 참신하고, 더 선명한 녹색당과 경쟁해야 한다. 이상적으로만 보면 녹색당이나 정의당은 둘 다 정치적 측면에서 장단점이 있고 둘 다 성공하면 좋다. 하지만 현실 정치에서는 어쨌든 '선택(선거)'의 문제가 남는다. 시민단체가 아니라 정당이라면, 정의당이든 녹색당이든 그 어떤 존재를 막론하고 상대의 표를 가져와야만 한다(사실 이 부분은 녹색당이 더 심각한 수준이긴 하다).
애초에 보편적 진보사상을 가진 유권자라면, 종북몰이나 분당사태 등 한국 특유의 이념적 굴레에 빠진 흔적이 남아있는 정의당보다는 장기적 관점에서 아예 녹색당에 표를 주는 게 낫다고 생각할 수도 있는 것이다.
새로운 돌파구가 필요하다2004년 17대 총선의 '진보 정당 최초 원내 진출' 약발은 이제 다 떨어졌다고 볼 수 있다. 심상정과 노회찬은 정의당이라서 당선된 게 아니라, 그냥 심상정이고 노회찬이니까 된 것이다. 정의당에서도 총 50여 명의 후보가 출마했지만, 대부분은 존재감이 없었다. 3선 국회의원이 있는 원내정당치고는 초라한 성적이었고, 19대 국회와 마찬가지로 20대에서도 정치적 입지는 제한적일 것이다.
바야흐로 정의당이라는 정당이 그 자체로 다수 유권자들에게 호소할 수 있는 게 무엇인지 고민해야 할 시점이 아닌가 싶다. 지금과 같이 비슷한 수준의 진보적인 정책과 몇몇 스타에게만 의존한다면, 정의당은 앞으로 제자리걸음을 할 수밖에 없다. 정당 지지율도 그대로일 테고, 소속 국회의원도 한 자릿수를 넘기 어렵다. 20대 총선은 새누리당만 패배한 게 아니다. 정의당은 근본적 한계를 드러냈고, 현재 상태로는 향후 발전 가능성도 물음표에 가깝다.
정당도 결국 사람과 정책의 조합이다. 정당 지지율은 그 당에 어떤 사람이 소속되어 있고 또 그 당이 어떤 정책을 내세우고 있는지에 따라 달라진다. 그런데 한국정치에서 정의당의 위치상 정책적인 측면에서 얼마나 변화를 줄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정의당의 정책은 현실보다 훨씬 앞서 있는 게 많을 텐데, 정의당의 정치적 입지로는 그걸 빠른 시일내에 실현하기 힘들다.
그렇다면 특별히 파격적인 정책을 만들어내지 않는 한 정책은 크게 달라지지 않을 테고, 유권자들이 스스로 생각을 바꾸지 않는 한 정의당의 존재감도 큰 변동이 없을 것이다. 물론 세월의 흐름에 따라 자연스러운 변화는 있겠지만, 정당이 그런 걸 마냥 기다릴 수만은 없지 않은가.
그래서 정의당의 '사람'이 바뀌어야 한다. 기존에 정의당에 속한 사람들이 얼마나 바뀔 수 있느냐도 문제지만, 새로운 인물에게 과연 정의당이 매력적으로 보일 수 있느냐도 무척 중요한 부분이다.
단순히 진보적이라는 점 외에 도대체 정의당만의 매력이 무엇일까? 정의당에 표를 주는 유권자들은 더불어민주당이나 국민의당은 물론이고 녹색당도 피해서 정의당을 선택하는 것이다. 그런데 그들에게 내세울 만한 게 뭔지 금방 떠오르는가?
오히려 민중연합당이나 노동당과는 정의당이 차별화가 되는데, 대중정당으로서 직접 경쟁하게 되는 주류 정당이나 원외 정당 사이에서는 선명하게 드러나는 게 별로 없는 듯싶다. 어쩌면 이것이 정의당이 정체될 수밖에 없는 원인일지도 모른다.
정착 차별화 되어야 할 대상들(실제 선거에서 주로 경쟁관계에 놓이게 되는 정당들)과는 매력적인 차이점이 잘 보이지 않고, 굳이 차별화 하지 않아도 될 대상들(이미 많은 충돌이 발생해서 분리된 정당들)과는 저절로 구분되는 이미지. 이건 그동안 정의당이 표면적으로 가장 크게 싸웠던 대상이 그들이기 때문일 수 있는데, 어떻게 보면 참 안타까운 일이기도 하다. 진보정당만의 매력을 가장 확실히 보여줘야 할 시기에 그런 식으로 고약하게 당의 역량을 소진해 버렸으니.
아무튼 정치적인 성공을 위해서라면 정의당보다는 차라리 더불어민주당이나 국민의당이 나을 테고, 이상적 정치로 보면 아예 녹색당 쪽을 선택할 수 있다. 20대 총선이 막 끝난 바로 지금 이 순간, 이도 저도 아닌 난감한 위치에서 샌드위치 신세에 빠진 정의당의 고민이 깊어지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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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회찬·심상정만 보이는 정의당, 앞으로가 더 걱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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