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노동위원회 판정서지난 1월 28일 중앙노동위원회는 KB손보가 A씨에게 행한 전보는 부당전보임을 인정하고, A씨를 원직에 복직시키라는 충남지방노동위원회의 초심 결정을 재확인 하고, 사측의 재심 신청을 기각했다.
김도균
회사 측이 불복해 중앙노동위원회에 재심을 신청했지만, 지난 1월 중앙노동위원회는 이를 기각했다. 중앙노동위원회의 판단 역시 지방노동위원회의 판단과 같았던 것이다.
일반적으로 노동위원회가 노동자에게 유리한 판결을 내릴 것이라는 선입견과는 달리, 부당전보 구제신청은 노동자가 여간해선 이기기 어려운 사건으로 통한다. 노동자 전보나 전직, 배치전환은 원칙적으로 인사권자인 사용자의 권한에 속한다고 보고, 업무상 필요한 범위 내에서는 상당한 재량권을 인정해 주기 때문이다. 하지만 권리 남용에 해당하는 부당전보까지 인정되는 것은 아니다.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부당전보에 해당하는 요건은 크게 세 가지다. 바로 회사의 업무상 필요성, 노동자의 업무상·생활상 불이익 정도, 정당한 절차를 거쳤는지 여부다.
노동위원회는 A씨 전보발령과 관련, 정당한 절차가 있었느냐는 문제는 차치하고서라도 A씨가 서울 본사에서 근무해야 할 업무상 필요성이 없고, A씨가 가족과 떨어져 집에서 출퇴근이 사실상 불가능한 서울 본사로 전보됨에 따라 입게 되는 어려움을 감안하면 A씨의 '생활상 불이익'이 현저히 큰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A씨 전보발령은 인사권의 재량을 남용한 부당한 인사명령이라는 것이다.
KB손보측, 노동위원회의 판정에 불복... 행정소송까지 제기하지만 지방노동위원회 판정(2015년 9월 9일)과 중앙노동위원회 재심판정(2016년 1월 28일)에도 불구하고 KB손보 측은 A씨를 원직복직 시키지 않았다. 판정 불이행에 따른 이행강제금 납부까지 감수하면서다. 뿐만 아니라 사측은 지난 달 중앙노동위원회의 판정에 대한 행정소송까지 제기한 상태다.
사측은 원거리 발령자에 대한 지원제도(월세 50만원 지원, 월 3회 왕복 귀향 여비) 등을 A씨에게 지원하고 있기에 전배조치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의견이다. 또 임원에 전속된 운전기사라는 특성을 고려할 때, B본부장과 마찰을 빚은 A씨를 계속 대전에 근무하게 하는 것은 곤란하고, 이미 A씨를 대신해 다른 기사를 쓰고 있는 상황에서 원직 복직은 어렵다는 설명이다.
KB손보 측이 제기한 행정소송의 당사자는 외견상 중앙노동위원회다. 하지만 A씨의 마음은 편치 않다. 중노위 변호사가 과연 자신의 처지를 잘 대변할 수 있을까 하는 노파심도 있지만, 언제 끝날지도 모를 지루한 소송전에 휘말려 힘든 서울 생활을 계속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지난 10여년 일했던 것처럼 대전에서 계속 일하고 싶다는 제 요구가 얼마나 과도한 것인지 정말 모르겠습니다. 제가 꼭 서울에서 일해야 할 만큼 업무상 필요성도 없다고 노동위원회가 판정했는데, 저도 남들처럼 가족들과 함께 지내면서 일하고 싶습니다."A씨를 대리해 노동위원회 구제신청에서 부당전보 판정을 이끌어낸 김재광 노무사(노무법인 필)는 "사측의 설명대로 A씨가 임원 전속 기사라는 특성이 있다고 해도, 어느 한 사람의 불편 때문에 인권이 훼손될 수는 없지 않느냐"면서 "따지고 보면 B본부장이 A씨에게 불편하다고 느낀 부분이 A씨의 정당한 요구 때문인데, 노동자가 정당한 자기 권리를 요구한 것이라면 설사 불편함을 느낀다 하더라도 당연히 감수해야 되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김 노무사는 "중소기업의 경우 간혹 오너의 자존심 때문에 이런 문제가 잘 풀리지 않기도 하지만, 보험업계에서 3, 4위를 다투는 KB손보가 노동위원회 결정을 이행하지 않는 것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라는 측면에서 참으로 유감스럽다"고 말했다.
KB손보측 "본부장과 기사 사이 신뢰관계 많이 어그러져 전보발령"한편, KB손보 관계자는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임원과 전속운전 기사 사이에는 상당한 신뢰가 있어야 하는데, B본부장과 A기사 사이에는 이미 신뢰관계가 많이 어그러진 상태"라면서 "결국 같이 일하는데 있어서 서로 불편함을 느끼고, 이로 인해 본부장의 업무진행이 어렵다고 판단해서 A씨에 대한 전보발령이 이루어졌다"고 해명했다.
중노위 결정을 이행하지 않고 행정소송을 제기한 이유에 대해선 "중노위 결정을 그대로 받아들이게 되면 A씨가 원직으로 복귀해야 하는데, 그렇게 되면 현재 근무하고 있는 충청지역본부 기사가 교체되어야 하는 등 현실적으로 어려운 점이 있다"면서 "중노위 결정은 회사 입장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고 판단되어 회사 입장이나 억울한 부분들을 충분히 반영해서 법원의 합리적 판단을 구하기 위해 행정소송을 진행하게 되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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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김도균 기자입니다. 어둠을 지키는 전선의 초병처럼, 저도 두 눈 부릅뜨고 권력을 감시하는 충실한 'Watchdog'이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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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에 우러나는 예절 없다" 서울로 쫓겨난 KB손보 운전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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