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르덴 조 중심전각.에르덴 조의 핵심을 이루는 세 개의 중심전각이 남북으로 연결되어 있다.
노시경
나와 아내는 몽골 한 중앙의 고도(古都) 하르호린(Kharkhorin)에 서 있었다. 옛 몽골의 왕궁은 바람과 함께 사라진 채 왕궁의 유적 위에는 거대한 불교사원 에르덴 조(Erdene Zuu) 사원만이 남아 있었다. 나는 에르덴 조 사원의 핵심을 이루는 전각인 3개의 전각을 향해 걸어갔다. 북쪽의 주운 조(Zuun zuu), 중앙의 걸 조(Gol zuu), 남쪽의 바론 조(Baruun zuu)가 나란히 줄을 서서 우리를 맞이한다. 우리는 가장 먼저 남쪽의 바론 조에 들어가 보았다.
전각 안에는 우리나라 불교 사찰과는 전혀 다른 별세계가 펼쳐져 있다. 나란히 서 있는 이 3개의 전각 안에는 모두 석가모니불이 모셔져 있는데, 묘하게도 석가모니불의 얼굴은 완전히 다른 모습을 하고 있다. 바론 조의 석가모니불은 석가모니 80세 때의 모습을 하고 있다. 80세는 석가모니가 입적할 당시의 나이이니 이 불상은 석가모니가 돌아가시기 바로 전의 모습을 나타낸다고 할 수 있다.
에르덴 조에서는 부처님의 생애를 3단계로 나누어서 북쪽 주운 조에는 석가모니가 출가하기 전인 14세 때의 모습을, 중앙의 걸 조는 석가모니가 큰 깨달음을 얻고 부처가 된 35세 때의 모습을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이 본존불들은 각각 석가모니의 어린 시절, 청년 시절, 노년 시절을 표현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이 바론 조의 석가모니불은 전혀 80세의 석가모니같이 보이지는 않는다. 나는 몽골 친구에게 이 불상이 80세가 된 석가모니가 과연 맞냐고 물어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