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4년 2월 22일 이충무공 위패가 봉안된 충렬사를 참배하고 돌아가던 중 갑작스러운 돌풍으로 배가 전복, 순직한 장병들을 기리는 통영 해상순직장병 위령탑 옆으로 159명의 넋이 새겨져 있다.
김종신
숲을 나오자 1974년 2월 22일 이충무공 위패가 봉안된 충렬사를 참배하고 돌아가던 중 갑작스러운 돌풍으로 배가 전복, 순직한 장병들의 넋을 기리는 통영 해상순직장병 위령탑이 나온다. 탑 옆으로 순직 장병들의 이름이 나온다. 잠시 묵념을 한 뒤 차근차근 이름 석 자를 읽으며 꽃피우지 못한 159명의 넋을 기렸다. 탑 아래로 목이 툭툭 떨어진 동백꽃들이 비단처럼 서럽게 깔렸다.
탑 옆으로 난 숲길을 걸었다. 느리게 걸어가는 바다 산책로 '토영이야~길'이다. 사스레피나무 사이로 조팝나무가 빙수처럼 하얗다. 갈참나무에 맺힌 물방울이 봄기운을 돋는다. 갈참나무 사이를 지나 다시 동상 쪽으로 걸어 올라갔다. 우산 하나에 둘이 하나된 연인이 다정하게 산책길을 걷는다.
벚꽃 잎으로 물든 긴 의자 옆에 까치가 카메라에 담는데도 전혀 놀라지 않는다. 나에게 관심 없는 까치는 두 발로 땅을 종종거리며 벌레 잡아먹기 바쁘다. 두어 걸음으로 간격을 좁히자 그제야 푸드덕 날갯짓으로 날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