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댕 미술관, 파리
김윤주
영화 <미드나잇 인 파리> 속의 유머 넘치는 장면을 떠올리며, 카미유 클로델의 비극적인 삶을 다룬 소설 <어떤 여자>의 우울함을 떠올리며 로댕 미술관(Musée Rodin)으로 가는 민트색 메트로 13호선을 탄다. 바렌(Varenne) 역에 내릴 참이다.
파리의 골목길은 모퉁이마다 써 붙여 놓은 살뜰한 안내표지에도 불구하고 수시로 길을 잃게 생긴 구조라 그렇게도 하염없이 헤매곤 했는데, 이곳 로댕 미술관 오는 길은 어쩐 일인지 작정을 하고 헤매려 해도 좀처럼 길을 잃기 어렵게 되어 있다. 지하철 플랫폼에서부터 안내 푯말을 따라 쭉 걸어오다 첫 번째 골목을 들어서면 곧장 이 베이지색 건물과 마주하게 된다.
파리는 종종 으리으리하거나 심술궂거나 화려하거나 유혹적인데, 이곳 로댕 미술관 앞 파리는 단아하고 참한 느낌이다. 노란빛이 도는 베이지색 건물들 사이로 앙상한 가을 나무들, 건물 벽에 흘러내려진 빨간색 휘장. 그 위에 선명한 글자, 'Musée Rodin'. 아직 미술관은 보지도 않았는데 주변의 풍경만으로도 충분히 아름다워 이곳을 그냥 서성이다가 저 모퉁이 작은 찻집에서 커피나 한 잔 하고 돌아가도 아쉬움이 없을 것 같다.
까만 정장을 멋지게 갖춰 입은 안내원들이 서 있다. 이렇게 한적한 곳에 일하는 이들은 왜 그리 많은지 보디가드 같은 건장한 흑인 남자 여럿, 모델처럼 늘씬한 예쁜 여자 몇 명, 미술관 안주인처럼 생긴 퉁퉁하고 넉넉한 풍채의 직원 몇 명이 한가롭게 서 있다. 들어가려니 유리문 너머 안내원들이 일제히 고개를 까딱이며 호들갑스레 손가락을 휘휘 저어 유리창 밖 허공을 가리킨다. 그네들이 가리킨 손가락 끝을 따라가 보니 미술관 정문이 보인다.
'아하! 저기가 입구라는 거지? 좋아!' 정문 쪽에 가니 이번엔 거구의 흑인 호위병이 팔을 쭉 뻗어 왼쪽 건물을 가리킨다. 출입문까지는 리본 두 줄이 꼬불꼬불 이어져 있다. 줄 지어 들어가라는 의미야 알겠는데, 줄 서 들어갈 관람객이라곤 달랑 나 하나뿐인 이 상황이 난감할 뿐이다. 말 잘 듣는 착한 아이처럼 리본 사이 진입로를 따라 건물에 들어서니, 방금 전 유리창을 사이에 두고 눈짓을 주고받았던 그 퉁퉁하고 넉넉한 풍채의 아낙들이 그제야 반겨준다.
"제대로 잘 찾아 왔구나! 고생했다, 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