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11월 페루 찬차마요시 산라몬 지역에서 주민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정수장 준공식이 열리고 있다.
서울시제공
국가 이미지도 개선하고 기업 활로도 뚫어주고서울시가 지구 반대편에 있는 '잉카의 나라' 남미 페루까지 날아가 정수장을 지어준 데는 찬차마요시의 정홍원 시장(69)과 관련이 깊다.
남미 최초의 한국인 시장인 정 시장은 지난 2012년 여수엑스포에 참가했다가 박원순 서울시장과의 면담을 요청, 찬차마요시의 열악한 상수도 사정을 호소하며 도움을 요청한 것.
현지에 전문가를 파견해서 사정을 파악한 뒤 서울시는 이 도시에 대외협력기금(ODA) 10억여원을 투입해 상수도시설을 지어주기로 했다.
시장이 한국인이라지만 굳이 그렇게 먼 나라에 거액의 시설을 해줄 필요가 있냐는 의문이 들 수도 있지만, 여기에는 인도적 차원뿐만 아니라 한계에 부딪친 우리나라 상수도 산업 관련 기업들의 사정이 배경에 깔려있다.
초기 미국 선교사들에 의해 도입됐던 우리나라 상수도 산업은 세계 최고의 수질을 자랑할 정도로 눈부신 발전을 거듭해왔으나, 서울을 비롯한 많은 도시들은 투자가 완료돼 더 이상의 성장이 막혀왔다.
서울만 해도 쓰고 남은 물을 인근 지자체에 공급할 만큼 풍족해져 정수장을 오히려 줄여야 할 정도가 됐다. 더 이상 납품할 곳은 없어지고 인력이 남아돌아 이제는 해외로 눈을 돌릴 수밖에 없게 된 것이다.
그러나 민간 기업들이 자력으로 해외사업 진출에 나설 수는 없다. 상수도시설 전체에 대한 운영 경험이나 능력이 없기 때문이다.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기업이 아닌 서울시가 해외 상수도사업을 주도하는 이유다. 전체 운영은 서울시가 맡고 시공이나 납품은 민간기업이 맡는 형태가 된다.
찬차마요시 정수장은 서울시가 전액 대외협력기금으로 지어준 만큼 당장 수익이 있을 수는 없지만 돈으로 따질 수 없는 경험과 국가 이미지개선 효과를 안겨주고 있다.
산라몬정수장의 시공을 맡았던 한국종합기술 도중호 상무도 "남미의 여러 나라들이 저개발국가인 만큼 많은 사업 기회가 있지만 우리의 높은 인건비와 문화의 차이 때문에 진출에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며 "이번 사업 경험을 기반으로 남미 시장 진출을 지속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날 완공된 정수장은 찬차마요시의 6개 지역 가운데 하나인 산라몬 지역 정수장이며, 서울시는 앞으로 2018년까지 총 18억 5천여만원을 들여 나머지 지역의 정수장도 개선해줄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