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수선관위 사무국장실심야임에도 전등이 환히 켜 있고 출입구 천정엔 CCTV가 보인다. 하지만 실내에는 없다.
정병진
돌아서 나오는 길, 사무국장실에서 두런두런 사람 소리가 들렸다. 사무국장이 근무 중인 줄 알고 인사를 하려고 노크를 했다. 안에서 "누구세요?"하여 문을 열었더니 사무국장은 없고 응접용 소파에 두 명의 남직원이 한창 무슨 작업을 하는 중이었다.
내가 누구인지 밝히는 잠깐 사이 관리계장과 앞서 만난 여직원이 달려와 "거기 들어가시면 안 된다"며 제지했다. 투표지들을 보관하는 곳이기에 외부인이 들어가면 안 된다는 거였다.
"나는 단지 사무국장실에서 사람 소리가 나기에 국장님이 계신 줄 알고 잠깐 인사하려 했을 뿐"이라 말하고 집에 돌아왔다. 아무래도 선관위의 투표함 관리에 문제가 있어 보였다. 여수선관위에 연락했더니 사무국장실에서 작업하던 남직원이 받았다. 무슨 작업을 했는지 묻자 "접수 작업을 하던 중이었다"고 하였다. 사무국장실 내부에 CCTV가 설치돼 있는지 여부에 대해서는 즉답을 못하고 관리계장을 바꿔줬다.
관리계장은 "사무국장실 출입문 쪽에 CCTV는 있으나 내부에는 없다"고 했다. "그렇다면 투표지를 담은 바구니들이 있는 곳에서 두 명의 직원이 작업하는 건 위험하지 않느냐?"고 묻자, "선관위 건물에서 직원들이 작업하는 게 어째서 문제가 되는지 모르겠다"는 반응을 보였다.
곧장 중앙선관위 선거과에 연락해 자초지종을 설명한 뒤, '관내 사전투표함' 이외의 다른 투표함들을 여수시선관위처럼 별도로 보관하는지 물어봤다. 이에 김선용 주무관은 "관외 사전투표함을 관내 사전투표함 보관장소에 함께 두면 사람이 들락거리면서 괜한 오해를 사기에 관외 사전투표함 등 다른 투표함들은 별도로 두기로 했다"고 말했다.
기자는 "CCTV나 참관인, 정당추천위원조차 없는 곳에 투표지 바구니를 두는 건 너무 위험하다, 이런 보관 상태라면 그저 선관위 직원들을 믿는 거 외에는 안전장치가 없는 것 아니냐?"고 따져 물었다.
그러자 김 주무관은 "이번 총선에선 반영이 안 돼 있기에 어쩔 수 없지만 (관외 사전투표함 관리 등에 대해서도) 의심이 든다면 향후 저희가 관내 사전투표함처럼 취급할 건지 여부를 검토해보겠다"고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