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주의의 요람' 한신대가 신임 총장 선임을 둘러싸고 심각한 내홍에 휩싸였다.
지유석
학내 구성원들은 물론 이 학교를 소유해 운영하는 한국기독교장로회 총회(기장) 목회자들은 일제히 들고 일어났다. 채 전 총장의 사임 소식이 알려진 직후인 2015년 10월 한신대 총학생회와 교수협의회, 대학원 원우회, '한신대민주화를지지하는 동문모임' 등으로 구성된 한신대 대책협의회(아래 대책협)는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설문조사엔 총 214명이 응했는데, 이 중 54명의 학생들은 "(채 총장을) 더 이상 믿을 수 없으므로 하루 빨리 학교를 떠나야 한다"고 답했다. 비슷한 시기, 기장 목회자 1천 명도 "연임을 허락한 기장 공동체의 여망을 저버리고 총장이 명분 없이 사임하는 초유의 사태 앞에서, 우리는 한신호가 우리 눈앞에서 서서히 가라앉고 있음을 느낀다"며 강한 유감을 표시했다.
이때부터 한신대 학내 구성원 사이엔 '후임 총장만큼은 제대로 뽑자'는 공감대가 형성되기 시작했다. 특히 대책협은 지난 해 12월 이사회에 "총장 선출 과정에서 학생들의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새학기에 총장을 선출하자"고 요구했고, 이사회는 이를 받아들였다.
한신대는 총장 선출에서 독특한 전통을 유지해 왔다. 먼저 교수협의회(교협), 학생회, 직원노조가 각각 2인씩 추천하면 전체교수회의에서 최종 2인을 선출해 이사회에 추천한다. 그러면 이사회는 최종 2인 가운데 1순위 후보자를 총장으로 낙점하는 것이다.
그러나 올해는 달랐다. 한신대는 올해 3월8일부터 11일까지 교수회의 전체표결을 실시해 총장 선출방식을 바꿨다. '교수, 학생, 직원이 직접 선거를 실시하고, 득표율에 각기 2:1:1의 가중치를 둬 합산한 후 1위와 2위를 총장 후보로 정해 이사회에 올린다'는 것이 바뀐 안의 뼈대다. 이에 힘입어 학생들은 총장후보 선정에 참여할 수 있게 됐다.
이후 신임 총장 선임 절차는 순조롭게 진행됐다. 연 아무개 교수, 강 아무개 교수, 류 아무개 교수, 최 아무개 교수 등 모두 4명이 후보로 등록했다. 10일엔 네 명의 후보자들이 한데 모여 공청회를 하기도 했다. 이어 총학생회와 교수협의회는 21일부터 24일까지 총투표를 실시했다. 교수 쪽에선 총 165명 가운데 72명이, 학생은 학부 및 대학원 합해 총 5,434명 가운데 2,116명이 투표에 참여했다. 이 결과 류 아무개 교수가 63%의 지지율을 얻어 1순위 후보로 확정됐다. 연 아무개 교수는 2순위로 이름을 올렸다.
신임 총장 선임, 공문 접수부터 '삐걱'
총학생회와 교수협의회는 해당 결과를 공문형식으로 전달해 이사회 사무국에 제출하려 했다. 문제는 여기서부터 불거지기 시작했다. 이사회 사무국은 공문을 접수하려 하지 않았다. 지난 달 28일엔 공문을 접수하려는 학생측과 거절하려는 사무국 직원 사이에 충돌이 빚어졌고, 급기야 경찰이 출동하는 소동으로 이어졌다. 결국 이사회는 30일 공문을 접수했다. 다음 날인 31일 이사회는 신임 총장을 선임하기 위해 한신대 캠퍼스 본관인 장공관에서 회의를 열었다.
결과는 의외였다. 학내구성원이 1순위로 뽑은 류 아무개 교수가 아닌, 10%의 지지율에 그친 강 아무개 교수를 신임 총장에 선임한 것이다. 학생들은 격분했다. 약 30여 명의 학생들은 31일부터 4월1일까지 약 14시간 동안 농성을 벌였다. 이러자 이사진들은 경찰을 불러 들였다. 이사들은 몇몇 농성 학생들을 처벌하겠다고 단단히 벼르고 있다. 실제 두 명의 학생이 관할 경찰서인 화성동부경찰서로부터 출석을 통보받은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