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 "가능한 빠른 시일 선체 인양"세월호참사 1주기인 지난 2015년 4월 16일 오전 박근혜 대통령이 남미 해외순방 출발에 앞서 진도 팽목항을 방문해 대국민담화를 발표하고 있다. 이날 유가족들은 박근혜 대통령에 항의하는 뜻으로 분향소를 폐쇄했다.
이희훈
다시 일 년이 지났다. 그 사이 많은 일이 일어났지만 변화는 크지 않았다. 선원과 해경이 재판을 받았고 세월호 인양도 준비 중이지만, 특별법과 시행령은 여전히 엉망이고 애써 만든 특별조사위원회도 제 기능을 다하지 못한다. 단원고 교실의 존치 문제로 인한 갈등은 거의 폭발 직전이다. 2년이 지난 지금, 진상규명은 시작조차 못했고 세월호의 진실은 여전히 바다 깊이 묻혀 있다.
세월호 침몰과 함께 우리는 우리가 살고 있는 이 땅이 얼마나 위험한 곳인지 분명히 보았다. 침몰의 원인을 찾아낼 때마다 이 땅에 발 딛고 산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를 우리는 깨달았다. 그리고 지난 2년 이 땅에, 내 주위에 인간의 얼굴을 갖지 못한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지를 우리는 매일매일 확인해야 했다. 그렇게 2년의 시간이 흘렀다.
2016년 4월. 죽은 자들은 여전히 고통과 분노로 괴로워하고 있는데, 산 자들은 벌써 세월호를 잊으려 한다. 그럴 수 있는 일이 아닌데도, 그래서는 안 되는 일인데도, 그들은 세월호를 이미 지나가버린 일로, 신문 기사로만 존재하는 과거로 대하려 한다. 9개의 육신이 여전히 가족 품으로 돌아오지 못하고 있는데도 사람들은 진도와 안산과 광화문을 무표정한 얼굴로 지나친다.
참사의 원인을 은폐하고 유가족을 폄훼하는 자들과 힘겹게 싸우던 세월호의 사람들. 이제 그들은 시간과의 싸움에 온 몸을 던지고 있다. 언젠가 잊히게 될지 모른다는 두려움, 시간이 더 흐르면 304명의 목숨이 마치 처음부터 없었던 목숨인양 취급될지 모른다는 두려움. 그런 낯선 두려움 때문에 세월호의 사람들은 목청이 찢어져라 소리친다. 잊지 말라고, 잊어선 안 된다고, 잊지 않겠다는 약속을 잊지 말아 달라고.
그 약속을 지키는 것, 눈앞에서 멀어져 가는 세월호를 두 손으로 붙잡는 것, 그것이 우리가 우리의 이웃을 이웃으로 만날 수 있는 유일한 가능성이 아닐까? 그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그들의 고통에 응답하는 것, 그것이 '지금 여기'에 살고 있는 사람들이 인간의 얼굴을 잃지 않고 살 수 있는 유일한 길이리라. 세월호를 보고 세월호를 생각하고 세월호를 말하는 것, 그것이 '지금 여기'의 우리가 짐승이 되지 않을 수 있는 유일한 기회이리라. 시간과 망각 안에 세월호를 묻어 버리지 않는 것, 그것이 남겨진 사람들이 감당해야 하는 당연한 몫이리라.
몇 십 년 후, 조금이라도 덜 부끄럽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