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세 스캔들' 아이슬란드 총리, 전격 사임

'파나마 페이퍼스' 파문에 첫 국가 지도자 사임

등록 2016.04.06 07:36수정 2016.04.06 0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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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그뮌뒤르 다비드 귄뢰이그손 아이슬란드 총리의 사임을 보도하는 CNN 뉴스 갈무리.
시그뮌뒤르 다비드 귄뢰이그손 아이슬란드 총리의 사임을 보도하는 CNN 뉴스 갈무리.CNN

사상 최대 규모의 조세회피 자료 '파나마 페이퍼스'가 폭로한 역외 탈세 의혹으로 아이슬란드 총리가 끝내 물러났다.

AP, CNN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5일(현지시각) 시그뮌뒤르 다비드 귄뢰이그손 아이슬란드 총리가 사임했다. 이로써 귄뢰이그손 총리는 전·현직 정치 거물들이 대거 연루된 이번 탈세 의혹으로 사임하는 첫 현직 국가 지도자가 됐다.

앞서 귄뢰이그손 총리는 의회 해산과 조기 총선을 요구했다. 하지만 올라프르 라그나르 그림손 아이슬란드 대통령이 다른 정당 지도자들과 상의해야 한다고 거부하자 결국 사임을 선택했다.

아이슬란드 집권 진보당의 의원 총회에서 잉기 요한슨 농업장관이 후임 총리로 지명됐으며, 귄뢰이그손 총리는 2013년 취임 후 3년 만에 대권에서 물러나게 됐지만 진보당 대표직은 유지하기로 했다.

전날 국제탐사보도언론인협회(ICIJ)가 폭로한 파나마 최대 로펌 '모색 폰세카'의 고객 자료에 따르면 귄뢰이그손 총리는 2007년 부인과 함께 조세회피처인 영국령 버진아일랜드에 '윈트리스'라는 회사를 공동 설립했다.

귄뢰이그손 총리는 재산 공개 직전인 2009년 12월 31일 윈트리스의 지분 50%를 부인에게 단돈 1달러에 넘겼고, 이 회사가 420만 달러(약 48억 원) 규모의 채권을 보유한 사실을 숨긴 것으로 드러났다.

IMF 구제금융에 고통받은 국민들 '분노 폭발'


 시그뮌뒤르 다비드 귄뢰이그손 아이슬란드 총리의 사임을 촉구하는 대규모 시위 현장 트위터 갈무리.
시그뮌뒤르 다비드 귄뢰이그손 아이슬란드 총리의 사임을 촉구하는 대규모 시위 현장 트위터 갈무리.트위터

야권은 총리의 불신임 투표를 요구하며 사임 압박에 나섰다. 귄뢰이그손 총리는 현지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조세회피처에 숨긴 재산이 전혀 없으며, 규정이나 법을 어기지도 않았다"라며 거부했다.

그러나 수도 레이캬비크의 국회의사당 앞으로 전체 인구 32만 명의 10%에 달하는 3만여 명의 시민이 몰려와 사임을 요구하는 대규모 시위를 벌였고, 연립정부를 구성한 독립당도 지지를 철회하자 총리직을 내놓았다.


외신은 2008년 아이슬란드가 금융위기로 국제통화기금(IMF)의 구제금융을 받을 당시 강력한 긴축 정책에 고통 받았던 국민들이 현직 총리의 재산 은닉과 탈세에 더욱 분노가 폭발했다고 전했다.

이 밖에도 페트로 포로셴코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탄핵 위기에 처했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 등도 '파나마 페이퍼스'에 연루되면서 후폭풍이 어디까지 불지 주목된다.

한편, 이번 사건으로 역외 탈세의 온상으로 지목된 모색 폰세카는 성명을 통해 "우리는 법률의 문자와 정신을 엄격히 준수해왔다"라며 "지난 40년간 범법행위로 기소된 적이 없다"라고 주장했다.
#아이슬란드 #시그뮌뒤르 다비드 귄뢰이그손 #파나마 페이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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