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2년 19대 총선 당시 선관위는 자유선진당, 진보신당 등 다른 야당이 빠졌는데도 '야권단일후보' 표현을 문제삼지 않았다. 당시 경기 고양시 4개 선거구의 야권 단일 후보인 민주통합당 김현미(일산서구), 통합진보당 심상정(덕양구갑), 민주통합당 유은혜(일산 동구), 송두영(덕양구을) 후보가 3월 26일 국회 정론관에서 총선 승리를 다짐하고 있다.
남소연
인천지법 "선관위가 과거 판결 취지 오인, 국민의당도 포함해야"그런데 인천지법 재판부는 선관위가 "(1, 2심 판결) 문구를 단편적이고 기계적으로 적용하고, 결과적으로 위 판결들의 취지를 오인하여 위와 같은 답변에 이른 것이어서 타당하지 않다"고 지적했습니다.
지난 2010년 지방선거 당시 민주당, 민주노동당, 창조한국당, 국민참여당 등 야 4당이 후보 단일화에 합의에 서울시장 후보 등을 단일화했지만, 당시 제2야당인 자유선진당을 비롯해 진보신당 등은 빠졌습니다.
인천지법은 당시 법원 판결이 "'21개 야당 전체뿐 아니라 후보 단일화 논의가 있던 4당 사이에서조차 단일화 협의가 이뤄지지 아니하였다'는 이유로 '범야권 단일후보'란 표현을 허위사실로 인정"한 것이지, "4개의 당만으로 '주요 야당' 요건이 충족된다고 인정하였던 것은 아니다"라고 달리 해석했습니다.
인천지법은 한발 더 나아가 "이 사건의 경우 오히려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제2야당인 국민의당을 포함하여 단일화가 이뤄져야 '야권단일후보'라는 표현을 쓸 수 있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제2야당'임을 앞세운 국민의당 주장을 받아들였습니다.
'국가기관의 구속력 있는 법 해석'을 뜻하는 유권해석은 선관위 같은 행정기관의 '행정해석'과 법원의 '사법해석' 등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다만 민원인 질의에 대한 행정 해석의 경우 법원에서 다른 사법 해석이 나오면 그 효력을 상실합니다. 따라서 인천지역 '야권단일후보' 표현에 대한 법원 결정이 나온 이상, 앞서 같은 인천지역 민원인 질의에 대한 선관위 유권해석은 무효가 될 수밖에 없는 것이죠.
다만 정의당이 인천지법 결정에 불복해 이의신청을 제기했고, 아직 가처분신청 단계이기 때문에 본안 판결로 이어지면 결과가 달라질 수도 있습니다. 만약 법원 판결이 달라지면 선관위는 또다시 유권 해석을 번복해야 합니다. 하지만 투표일이 열흘도 채 남지 않았기 때문에 이의신청이 기각되면 당장 이번 총선에서 선관위의 바뀐 유권해석이 계속 유지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선관위 따랐을 뿐인데" 선거 열흘 앞두고 홍보물 교체 비상결국 '야권단일후보'란 표현에 대한 선관위와 인천지법의 해석 차이가 총선 후보자들과 유권자들에게 큰 혼란을 부른 셈입니다. 당장 선관위는 오는 5일까지 기존 선거 홍보물에서 '야권단일후보' 표현을 모두 지우라고 통보했습니다.
후보 단일화 지역구에 국민의당 후보가 없으면 '야권단일후보'라고 쓸 수 있지만, 국민의당 후보가 있으면 '더불어민주당-정의당 단일화 후보자'로 바꿔야 합니다. 심지어 후보자 관련 연설이나 토론회 발언에도 '야권단일후보'란 표현을 쓸 수 없고 선관위에서 위법으로 번복한 지난 2일 이후 인터넷이나 SNS에 올라온 게시물도 위법이 됩니다. 선관위 위법 결정에 만든 홍보물이나 게시물은 '위법'은 아니지만 추가 게사나 배포가 금지됩니다.
선관위도 홍보물 교체 비용은 보전해주기로 했지만 현수막부터 명함, 벽보, 차량까지 내용을 바꾸거나 고칠 게 한두 군데가 아니어서 단일화 후보자들은 발등에 불이 떨어졌습니다. 인천 지역 13개 선거구뿐 아니라 경남 창원성산에서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단일화한 노희찬 정의당 후보를 비롯한 타 지역 단일화 후보도 예외는 아닙니다.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은 선관위에 공식 사과를 요구했습니다. 귀책사유는 유권해석을 잘못한 선관위에 있는데 마치 자기들이 불법을 저지른 것처럼 오해받고 있다는 것이죠.
양당은 4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선관위의 유권해석에 따라 적법하게 선거 운동을 전개하던 후보들이 큰 혼란에 빠졌다"면서 "무엇보다 유권자들에게 마치 우리 후보자들이 위법한 표현을 사용한 것처럼 만든 책임은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앞서 <오마이팩트>는 지난 28일 기존 선관위 유권해석에 따라 국민의당이 빠지면 '야권단일후보' 표현을 쓸 수 없다는 주장이 '거짓'이라고 판정했습니다. 선관위의 유권 해석이 달라지긴 했지만 앞으로 법원 최종 판결에 따라 또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진실-대체로 진실-논란-대체로 거짓-거짓' 5단계 가운데 '논란'으로 고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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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권단일후보 지워라? 선관위 따랐을 뿐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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