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가족 첫 오토캠핑시작은 아이들과 더불어 의욕이 넘쳤다. 태풍같은 강바람이 불기 전까지.
이정혁
매듭 하나 제대로 묶지 못하는 나를 위해, 중고나라를 뒤져 득템하게 해준 직원이 끝까지 도움을 준다. 집 근처 야영장에서 텐트와 타프 치는 법을 배우기로 했다. 평소 최소한의 움직임만으로 생활하는 나를 잘 알기에 누구나 손쉽게 칠 수 있는 텐트를 선택해줬다고 한다. 실제로 하나씩 배워가며 텐트를 치다 보니 겨우 15분 만에 완성되는 게 아닌가? 텐트보다 어렵다는 타프까지 세워 올리는 데 채 1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의기양양한 표정으로 돌아와서는 아내에게 캠핑장 예약하라고 큰소리 뻥뻥 쳤다. 하루 만에 예약 완료로 답하는 아내의 표정은 썩 미더워 보이진 않았다. 원래 계획은 아내에게 1박 2일간 자유 시간을 주고, 아들 둘만 데리고 떠나는 삼부자 캠핑이었지만, 숙달되기 전까지만 동반해달라고 아내에게 사정했다.
캠핑 날짜가 잡히자 갑자기 사야 할 용품들이 늘어났다. 접이식 의자부터 바비큐 그릴에 아이들이 좋아하는 해먹까지. 머릿속에 필요한 장비들이 하나둘 늘어나자 다시금 부담감이 밀려왔다. 그걸 언제 차에 실어서, 언제 다 폈다가, 언제 다시 챙겨서 돌아온단 말인가? 텐트를 샀다는 말 한마디에 초롱초롱해지던 두 아들의 눈망울이 생각났지만, 짐 옮기다가 허리라도 삐끗하면 가장이 쓰러지는 불상사가 발생하므로 짐을 최소화하기로 했다.
아내와 아이들에게 직화구이라는 게 얼마나 몸에 해로운지, 특히나 중국산 숯에서 나오는 연기에 미세먼지 1000배쯤 되는 발암물질이 섞여 있는 사실을 아는지 부연 설명을 해가며 그릴 대신 집에 있는 휴대용 버너와 불판을 가져가기로 했다. 해먹은 잘못해서 떨어지기라도 하면 큰일이고, 해먹을 묶어둔 나무들이 얼마나 힘들어할지 생각해본 적이 있느냐며 아이들의 순수함을 자극했다.
결국, 접이식 의자 네 개와 테이블 하나만 구입한 후 용감하게 캠핑장으로 향했다. 날씨는 오랜만에 봄기운이 만연했고, 낙동강변에 위치한 오토캠핑장 주변의 경관은 수려했다. 깔끔한 구획정리와 깨끗하게 청소된 화장실도 맘에 들었다. 1박 2일 사용료가 1만 5천원이면 시설 대비 매우 저렴한 편이었다. 본격적인 캠핑 철이 되면 예약하기 힘든 곳이라고 한다. 출발은 무척이나 순조로웠다.
역시 밖에서 먹는 고기는 육질부터 다르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