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총선 울산 북구에 출마한 윤두환 후보가 지난 16대 국회의원에 재임할 때 윤 후보에게서 명의를 도용당했다는 A씨가 작성한 탄원서 일부.
최지용
윤 후보 측은 이러한 의혹에 그동안 "당 공천관리위원회에서 이미 소명됐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라고 밝혀 왔다. 윤 후보 측이 A씨의 서명을 받아 공관위에 제출한 소명서에는 '급여 통장을 A씨의 부인이 관리해 A씨는 관련 내용을 전혀 알지 못한다'는 취지의 해명이 담겨있다.
그러나 <오마이뉴스>가 입수한 A씨의 국회 근무 경력증명서, 급여통장 거래내역, A씨가 당 공관위에 보낸 자필 탄원서 등과 취재 내용을 종합했을 때 윤 후보 측의 소명은 전혀 설득력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우선 A씨는 지난 2월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와 이한구 공천관리위원장에게 보낸 탄원서에서 윤 후보가 국회의원 시절 자신에게 보좌관으로 명의를 빌려달라는 요구를 했고, 이에 필요한 제반 서류를 제공했다고 밝혔다. 또 급여가 입금되는 농협 통장 역시 윤 후보 측에서 관리했다고 주장했다.
A씨의 경력증명서를 확인한 결과 실제로 윤 후보는 16대 국회의원이었던 2001년 3월, A씨를 자신의 4급 보좌관으로 등록했다. 하지만 A씨는 4급 보좌관으로 명의만 등록됐을 뿐 실제 국회에서 보좌관직을 수행하진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복수의 A씨 주변 관계자들에 따르면 A씨는 선거 후 한동안 윤 후보의 울산 지역 사무소에 나가 산악회 조직을 관리하는 정도의 일을 했다. A씨는 별도로 지역에서 개인 사업을 했고, 해당 기간 동안 A씨가 국회를 방문 한 것은 윤 후보의 후원회 일정에 동행한 한두 차례에 불과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런 상황에서, 매달 국회사무처가 A씨 계좌로 입금한 급여는 거의 대부분 입금 당일에 다시 현금으로 인출됐다. <오마이뉴스>가 A씨의 급여통장 내역에서 출금 거래점 은행코드를 확인한 결과, 모두 국회 농협 지점에서 인출이 이뤄졌다. A씨는 국회에 있지 않았고, 'A씨 부인이 통장을 관리했다'는 윤 후보 측의 소명도 전혀 성립하지 않는다.
그렇게 빠져나간 급여는 17대 총선직후인 2004년 5월까지 3년 2개월 동안 총 1억 7000여만 원으로 여기엔 1500만 원 가량의 퇴직금과 명절휴가비, 성과급도 포함돼 있다.
윤 후보는 A씨에게 명의를 제공 받으면서 '보좌관 경력을 쌓고 나중에 좋은 자리를 주겠다'는 제안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당시 한나라당 중앙위원과 대의원을 겸하면서 17대 총선 때도 윤 후보를 도왔다. 그러나 윤 후보는 A씨를 외면했고, 이후 A씨는 윤 후보와 관계를 끊었다.
이 같은 보좌관 급여 편취 행위는 '국회의원 갑질 논란'을 넘어 법적으로도 상당한 문제가 있다. 우선 남의 명의를 빌려 실제론 일을 하지 않는 보좌관을 등록한 뒤 월급만 빼갔기 때문에 국회 사무총장을 기망해 급여를 편취한 사기 행위로 볼 수 있다. 또 윤 후보가 보좌관의 명의를 도용한 것 역시 허위공문서작성죄에 해당한다.
두 개 혐의 모두 이미 공소시효(10년)가 지나 법적 처벌은 어려운 상태다. 하지만 앞서 박대동 의원의 사례(13개월 동안 1500만 원 가량 상납했다는 의혹)보다 법적으로나 도덕적으로 더 문제가 되는 사안이다.
"10년도 넘은 일, 사실관계는 A씨에게 확인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