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귤나무는 수령이 300년이고, 높이가 대략 6미터에 이른다. 품종은 동정귤이라고 밝혀졌는데, 제주4.3때 가지가 불타버린 흔적이 남아있다.
장태욱
안내표지에는 나무의 높이가 대략 6미터이고, 수령이 300년에 이른다고 했다. 주민들은 이 나무를 '돈진귤'이라고 불렀는데, 확인해본 결과 '동정귤'로 밝혀졌다고 기록되었다. 동정귤은 제주에서 멸종된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 마을에서 존재가 확인되자 제주도 기념물 제26호로 지정되었다.
그런데 이 귤나무의 가치는 그 희귀성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이 나무는 48년 불어닥친 4.3의 광풍에 한쪽 가지가 불타 잘려나간 후에도 지금까지도 그 목숨을 보존하였다. 뼈아픈 역사의 증언자로도 희귀성 못지않은 가치를 지닌다고 할 수 있다.
재작년 만나지 못한 나무의 주인을 만나기 위해서 지난달 30일 다시 이 나무를 찾았다. 나무 주변에 사는 주민들에게 소문을 들었더니, 팔순이 넘은 할머니 한 분이 집에 사시는데, 이른 새벽에 밭으로 나가 해가 지고 난 후에나 돌아오신다고 했다. 난감하지만 할머니가 돌아오실 때까지 기다리기로 했는데, 기다린 시간이 무려 5시간이다. 할머니는 오후 7시가 넘어서야 집으로 돌아오셨다.
할머니는 연세에 비해 정정하셨다. 멀리서 온 나그네를 반갑게 맞으셨고, 궁금한 점에 대해서는 성심껏 조리 있게 답해주셨다. 어두운 마당에서 짧은 시간 동안 할머니는 뇌 한 구석에 저장된 4.3의 공포와 남편을 일찍 여읜 뒤 고단했던 삶에 대한 기억들을 소환해냈다.
팔순 할머니가 16세 되던 해 불어닥친 광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