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유권자가 1일 서교동 인근에 붙은 20대 총선 서울 마포을 지역구 후보들의 선거 포스터를 지켜보고 있다.
소중한
사제갈주생중달(死諸葛走生仲達)."죽은 제갈량이 산 중달(사마의)을 내쫓았다"는 <삼국지연의> 속 유명한 일화다. 중달은 죽은 줄로만 알았던 제갈량(사실은 나무 조각상)을 보고, 혼비백산 달아나다 결국 승리를 놓쳤다.
서울 마포을엔 공천에 탈락한 현역 의원이 다시 나타나 지역구를 누비고 있다. 경쟁 후보들로선 '죽은 줄 알았던 정청래가 살아 돌아다니는' 셈이다.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공천 탈락 6일 만에 "당에 남겠다, 승리를 위해 제물이 되겠다"라고 선언했고, 이틀 후 당이 자신의 지역구에 전략공천한 손혜원 후보(당 홍보위원장)의 손을 잡고 나타났다.
여기까지는 삼국지연의와 매우 유사하다. 하지만, 결과까지 삼국지연의와 같을까?
손혜원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전략은 "손혜원이 곧 정청래이고, 정청래가 곧 손혜원"으로 요약된다. 정 의원은 지난달 31일 망원역 앞에서 열린 손 후보 출정식에 참석해 "정청래 때문에 상처받은 마포구민의 눈물을 닦으려 제가 이 자리에 섰다"며 "손혜원의 승리가 정청래의 당선이요, 구민의 승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정 의원과 맞잡은 손을 번쩍 들어올린 손 후보도 "바보 같은 정청래의 눈물을 닦아주려고 더 바보 같은 제가 비례대표 1번을 마다하고 이곳에 왔다"라며 "저를 뽑아주면 마포을은 두 명의 국회의원을 갖게 된다, 정청래와 함께 두 배 더 업그레이드 된 마포를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1일 오전에 찾은 손 후보의 선거사무소에선 전략회의가 한창이었다. 정 의원은 이날 회의를 직접 주도하는 등 적극적으로 손 후보를 돕는 중이다. 정 의원 뿐 아니라 정 의원과 함께 일하던 보좌진 모두 손 후보의 캠프에 들어와 선거운동을 이끌고 있다.
지역구를 누비는 정 의원의 모습에 나머지 후보들은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김성동 새누리당 후보는 지난달 31일 망원시장에서 연 출정식에서 "오죽하면 (정 의원의) 당내 공천이 거절됐겠나, (그런데) 그런 사람이 아바타 정치를 하고 있다"며 "국회의원 한 번 잘못 뽑아서 무너진 우리의 자존심을 이번 총선에서 마포구민의 힘으로 다시 일으켜 세워야한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정청래 보좌진까지 적극적으로 나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