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표지심사계수기100매 단위 투표지 계수 중인 투표지심사계수기
이완규
이번 4.13 총선 개표부터 '투표지심사계수기'가 처음으로 쓰인다. 선거관리위원회(아래 선관위)가 부실한 개표를 방지하고자 도입한 이 기기가 취지대로 기대를 충족시킬 수 있을지 주목된다.
중앙선관위는 작년 12월 24일 '제20대 국회의원 선거 투표지 심사 계수기 임차사업'을 공개 입찰해 업체를 선정하고 총선에 사용할 기기의 제작과 시연을 마쳤다. '투표지심사계수기'는 기존에 투표지 매수를 세는 데 쓰던 계수기를 '투표지 확인과 심사' 용도로까지 쓸 수 있도록 기능을 바꿔 새로 개발한 개표 장비다.
계수기와 가장 큰 차이점은 계수의 '처리속도'에 있다. 기존의 계수기는 1분당 800~1000매의 투표지를 처리했다. 심사집계부에서 후보자별로 투표지의 유, 무효를 확인 심사한 뒤 100매 단위로 묶고자 투표지 매수를 세는 용도였다. 반면 투표지심사계수기는 '계수'만이 아니라 명칭 그대로 '투표지의 심사'를 위해 개표사무원들이 쓰는 기기이며 그 처리속도가 1분당 150~300매다.
투표지의 매수를 세는 데만 쓰는 계수기라면 처리속도가 빠를수록 좋을 것이다. 하지만 '투표지심사계수기'의 경우는 투표지 다발에 혹시 다른 후보자의 표가 섞였는지, 무효표가 들어 있지는 않은지 여부를 개표사무원이 맨눈으로 식별해야 하므로 처리속도를 무턱대고 높일 순 없다. 선관위가 투표지심사계수기의 처리속도를 150~300매로 제한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문제는 선관위가 투표지심사계수기의 처리속도로 설정한 150~300매가 적정한가이다. 기자가 지난 3월 29일 선관위에서 정보공개로 받은 20대 총선 개표관리매뉴얼에는 '투표지심사계수기' 운용에 대한 다음의 지침이 나온다.
"※개표 초기에는 분당 200 정도의 속도로 운영하여 혼란을 최소화하고 장비 운영에 익숙해지면 속도를 조정할 수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