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이나교에 대해 조금은 알게 되다

[북인도 라자 문화기행 17] 에로틱 시티 카주라호 동부사원군

등록 2016.03.30 17:11수정 2016.03.30 1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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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이나교 박물관
자이나교 박물관이상기

서부사원군에서 동부사원군까지는 차로 10분이 걸리지 않는다. 자이나 사원길을 따라가면 그 끝에 동부사원군이 위치한다. 사원 입구에 자이나교 박물관이 있어 우리는 그곳엘 먼저 들른다. 우리가 자이나교에 대해 너무 모르기 때문에 자이나교를 알 수 있는 좋은 기회다. 자이나교 박물관에는 카주라호 주변에서 발굴되고 수습된 자이나교 관련 유물이 전시되어 있다. 주로 자이나교 신상이 많다.

자이나교는 기원전 6세기 인도 비하르(Bihar) 출신의 바하비라(Mahavira: 599–527 BC)에 의해 창시된 종교다. 생명 존중, 비폭력, 무소유를 추구하는 종교로, 영혼이 윤회로부터 자유로워질 때 비로소 신적인 경지에 이를 수 있다고 생각한다. 영혼이 업과 윤회로부터 자유로워지기 위해 자이나교도들은 올바른 신앙, 올바른 지식, 올바른 행동을 추구한다. 이를 위해 자이나교도들은 금욕적으로 살고, 채식을 한다.


 티르탕카라
티르탕카라이상기

자이나교에서는 신이 존재하지 않는다. 불교와 마찬가지로 어떤 초월적인 신에 의지하는 게 아니고, 스스로 그 진리를 찾아가는 것이다. 그리고 그러한 신적인 경지에 이른 존재로 싯다(Sidda), 아리한트(Arihant), 티르탕카라(Tirthankara)가 있다. 싯다는 육체의 속박으로부터 완전히 벗어난 자유로운 영혼이다. 아리한트는 육체를 통해 생겨나는 내면의 번뇌를 극복한 영혼이다. 티르탕카라는 인간으로 하여금 영혼의 자유에 이르도록 도와주는 안내자다.

자이나교를 창시한 마하비라가 현세에 나타난 티르탕카라다. 그는 우리보다 먼저 깨달음에 이른 자로, 우리에게 올바른 길을 안내한다. 그는 사람들로 하여금 윤회(samsara)의 속박에서 벗어나 올바른 길(dharma)를 가게하고, 영원한 자유(moksha: 해탈)에 이르도록 다리를 놓아준다. 자이나교에는 24명의 티르탕카라가 있다. 그중 최초의 티르탕카라가 리샤바(Rishabha)다.

 아디나타로 불리는 리샤바
아디나타로 불리는 리샤바 이상기

리샤바는 익쉬바크(Ikshvaku) 왕조를 열어, 인간이 조화로운 사회를 이루며 살아갈 수 있도록 이끌어주었다. 그는 연화좌에 가부좌를 틀고 해탈에 이르렀으며, 카일라스산에서 열반(nirvana)에 들었다고 한다. 그는 아디나타(Adinatha)라고도 불리는데, 그것은 처음을 뜻하는 아디(Adi)와 군주를 뜻하는 나타(natha)의 복합어다. 그의 상징은 황소이고 색깔은 노란색이다.

티르탕카라 중 많이 언급되는 군주로 22대 네미나타(Neminatha), 23대 파르쉬바나타(Parshvanatha), 24대 마하비라가 있다. 네미나타는 구자라트주 기나르(Girmar)에서 해탈에 이르렀다고 한다. 그의 상징은 하얀색 고동이며, 색깔은 검은 색이다. 파르쉬바나타는 익쉬바크 왕국의 왕자로 바라나시에서 태어났다. 그는 30세의 나이에 속세를 떠나 수도승이 되었다. 그리고 100세에 쉬카르지(Shikharji)산에서 명상을 통해 해탈에 이르렀다고 한다.

 파르쉬바나타
파르쉬바나타이상기

그는 푸리사다니야(purisādāṇīya)라고 불리는데, 그것은 '인간의 사랑을 받는 자'라는 뜻이다. 그는 기원전 872–772년을 살았던 역사적인 인물이다. 그의 상징은 뱀이고 색깔은 푸른색이다. 바하비라 역시 기원전 6세기 인도에서 살았던 역사적인 인물이다. 그도 왕가에서 태어났으나 나이 서른에 모든 것을 버리고 자이나 수도승이 되었다. 12년 이상의 명상과 수행을 통해 깨달음에 이르렀고, 죽을 때까지 30년 동안 자이나교의 가르침을 실천했다. 바하비라의 상징은 사자고 색깔은 황금색이다.


상징과 진언을 통해 본 자이나교

 용머리 수호신
용머리 수호신이상기

자이나 박물관 입구에는 세 가지 두드러진 유물과 상징이 있다. 첫째, 기둥의 두주에 새겨진 사면불이다. 사실 사면불은 불교 용어다. 그렇다면 자이나교 용어가 있을 텐데, 정확히 알 수가 없다. 둘째, 문 앞을 지키고 있는 용머리다. 눈, 코, 입의 조각이 정교하고, 목부분에 남녀 신상이 있다. 힌두교 신상으로 말하면 비쉬누와 락슈미 같은데, 여기서는 자이나교 수호신 약사(Yaksha)와 약시(Yakshi)로 볼 수 있을 것 같다.


셋째, 자이나교 상징으로 표현된 스와스티카(Swastika)다. 이것은 좀 알 것 같다. 점(Gems), 만자(卍)문, 손바닥으로 이루어져 있다. 가장 위에 타원형의 반원 안에 점이 하나 찍혀 있다. 이것은 자유로운 영혼 즉 싯다들이 사는 싯다스힐라(Siddashila)다. 그 아래 세 개의 점은 라트나트라야(ratnatraya)로 올바른 신앙(Samyak Darshana), 올바른 지식(Samyak Gyana), 올바른 행동(Samyak Charitra)을 의미한다. 이를 통해 인간은 생사의 윤회로부터 벗어나 영혼의 자유에 이를 수 있다.

 자이나교 상징 스와스티카
자이나교 상징 스와스티카이상기

그 아래 손은 두려워하지 말라는 시무외인(施無畏印)으로 비폭력을 상징한다. 손 안에는 24개의 바큇살을 가진 법륜이 있다. 원은 윤회를 상징하고, 바큇살은 24명 티르탕카라의 가르침을 상징한다. 이 가르침을 통해 우리 영혼은 윤회로부터 벗어나 자유로워질 수 있다. 그리고 가장 밑에는 산스크리트어로 된 만트라(mantra: 眞言)가 있다. 이것을 우리말로 옮기면 "모든 생명체는 서로 도와주고 의지한다"는 말이 된다. 그런데 이곳의 스와스티카에는 만트라가 없다. 

자이나교 박물관의 유물 이야기

 딕팔라 군상
딕팔라 군상이상기

이제 박물관 안으로 들어간다. 원형의 건물 한 가운데 8면체 기둥이 있고, 각각의 면에 티르탕카라가 조각되어 있다. 그 팔면체 주변으로 팔부중상에 해당하는 딕팔라(Dikpala)를 조각한 팔면체가 또 있다. 그리고 자이나교의 수호신인 약사와 약시도 보인다. 원형의 벽에는 이들 조각이 섞여서 놓여 있다. 시대와 유형에 따른 구분이 없이 크기에 따라 전시한 것으로 보인다.

여기서 가장 주목해야 할 것은 티르탕카라다. 왜냐하면 이들이 인간으로 하여금 해탈에 이르도록 도와주는 신적인 존재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들은 모두 벌거벗고 있다. 무소유, 비폭력을 실천하기 위해서다. 이들은 좌상이 많으나 일부 입상도 있다. 좌상은 선정인을 하고 있고, 입상은 차렷 자세를 취하고 있다. 돌의 재질과 색깔도 다른데, 붉은색 사암 외에 검은색과 흰색의 돌로 만든 것도 보인다.

 아바난다나나타
아바난다나나타이상기

그중 검은색 돌로 만든 티르탕카라 아비난다나나타(Abhinandananatha)가 가장 눈에 띈다. 그는 아요디야(Ayodhya)에서 태어난 네 번째 트리탕카라로, 그와 관련된  다섯 가지 금언(slokas)이 유명하다. 그중 하나가 굶주림과 쾌락에 관한 것이다. 굶주림의 고통을 완화시키기 위해 계속 먹어대는 것도, 일시적인 쾌락에 빠지는 것도 육체와 영혼에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두 번째로 주목한 조각이 딕팔라다. 딕팔라는 사방팔방을 지키는 수호신으로, 모두 여덟 명이다. 동서남북을 지키는 네 신상과 북동, 남동, 북서, 남서를 지키는 네 신상으로 이루어져 있다. 이들을 순서대로 열거하면 인드라(Indra), 바루나(Varuna), 야마(Yama), 쿠베라(Kuvera), 이사나(Isana), 아그니(Agni), 봐유(Vayu), 니르티(Nirrti)다. 이들은 또한 티르탕카라의 수행원 노릇을 한다.

 약사와 약시 고메다와 암비카
약사와 약시 고메다와 암비카이상기

동방을 지키는 인드라는 신들의 왕으로 날씨와 전쟁을 주관한다. 그는 흰 코끼리를 타고 다닌다. 서양으로 말하면 제우스에 해당한다. 서방을 지키는 바루나는 바다의 신이고 밤하늘의 신이다. 그는 죽은 자들의 영혼을 지켜준다. 불교에서 서방정토를 지키는 아미타불에 비유할 수 있을 것 같다. 남방의 야마는 인간에게 살 장소를 제공하고, 원하는 길을 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신이다. 북방의 쿠베라는 부의 신으로 인간에게 재복을 가져다준다.

마지막으로 주목할 것은 초자연적인 힘을 가진 수호신 약사와 약시다. 이들은 인간과 마찬가지로 삶과 죽음의 윤회를 겪는다. 이곳에 있는 약사는 고메다(Gpmeda)이고 약시는 암비카(Ambika)이다. 이들은 쌍으로 표현되는데, 아버지 신과 어머니 신을 상징한다. 일부 자이나교도는 이들을 믿지 않는다. 이들을 보고 나서 우리는 정문을 통해 울타리 안으로 들어간다. 그곳에 있는 자이나교 사원 아디나트, 파르쉬바나트, 샨티나트를 보기 위해서다.

가장 크고 웅장한 파르쉬바나타 사원

 파르쉬바나타 사원의 조각
파르쉬바나타 사원의 조각이상기

우리는 먼저 안쪽에 있는 아디나타 사원으로 간다. 아디나타 사원은 초대 티르탕카라인 리샤바를 위해 11세기 후반 완성되었다. 지성소, 전실, 현관으로 이루어졌으나, 현재는 전실과 지성소 위로 솟구친 시카라만 우뚝하다. 지성소에는 검은색 티르탕카라 아디나트가 모셔져  있다. 이곳에 있던 원래의 아디나트는 분실되었고, 나중에 현재의 것으로 대체되었다고 한다.

파르쉬바나타 사원 역시 첫 번째 티르탕카라 아디나트를 위해 954년에 완성되었다. 그러므로 세 사원 중 가장 오래되었다. 그런데 현재 이곳에 있는 트리탕카라는 스물세 번째인 파르쉬바나타다. 1860년 현재의 파르쉬바나타로 대체되었다고 한다. 파르쉬바나타 사원은 건축과 조각에서 정말 훌륭한 자이나 사원이다. 그것은 사원 건축이 크고 웅장하며 공예기술이 뛰어나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신상으로 발라람-레바티, 라마-시타, 카마-라티 커플이 있다. 그리고 발에서 가시를 빼내는 여인상도 인상적이다.

 샨티나타 사원의 아디나트
샨티나타 사원의 아디나트이상기

마지막으로 본 샨티나타 사원은 외관이 현대적이다. 그것은 지어진 지 100년 밖에 되지 않았고, 지금도 계속 증·개축되기 때문이다. 사원 안에는 크고 작은 티르탕카라가 많다. 그중에 가장 큰 것은 4.2m나 되는 아디나트 리샤바다. 이들을 보고 우리는 사원 바닥에 그려진 연꽃 장식, 진언 만타라, 기하학적 엠블렘 등을 밟으며 밖으로 나온다. 대리석 바닥이 차갑지 않고 상쾌하게 느껴진다. 인도의 사원에 들어갈 때는 신발을 벗어야 한다.
#카주라호 동부사원군 #자이나교 #티르탕카라 #딕팔라 #파르쉬바나타 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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