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피선셋을 기다리는 여행자들
박설화
표를 끊을 때부터 복선이 느껴지는 과정이긴 했다. 함피에서 케랄라 주의 바르칼라까지 가는 루트가 용이하지 않았다. 가장 흔하게 이용하는 노선이 모두 매진이었다. 그러나 이미 역까지 나온 마당에 그렇게 돌아설 수는 없어서 자세히 알아보았다. 그리 친절하진 않았으나 진심이 담긴 다양한 정보를 제공했던 직원은, 여행객들이 자주 이용하는 노선은 아니지만 좀 돌아가도 괜찮다면 길이 없는 것도 아니라 했다. 그렇게 함피와는 마지막이었다.
늘 그렇듯, Upper Sleeping (침대칸의 윗 칸) Class로 표를 끊었다. 왔다 갔다 하는 남들의 눈높이에 있는 아래 칸보다는 윗 칸이 오르고 내려야 하는 불편함은 있지만 취침시간에도 그렇고 심리적 안정감을 취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여행자들이 많이 이용하는 노선이 아니라 그런지 떠나기 전, 기차역의 플랫폼엔 외국인들이 눈에 띄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