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만간 연료로 사용될 햇살아래 가축의 똥
양학용
페이 마을에서의 하루는 단조롭다. 40여 가구가 모여 있는 마을에 산 그림자가 물러나고 음양의 세계가 경계를 짓기 시작할 때면 오래된 마을은 눈을 뜬다. 이곳에서는 모든 것들이 옛날부터, 그리고 앞으로도 언제까지나, '있는 모습 그대로' 깨어나고 활동하다 잠이 들 것만 같다. 지붕 위에서 낡은 몸짓으로 휘날리는 룽가도, 마을 어귀에 줄지어 선 자작나무들도, 우윳빛으로 흘러와 흘러가는 강물들도 다 그렇다. 언제나처럼.
그곳에 속한 사람들도 마찬가지다. 눈을 뜨면 마당에 곡식을 널고, 아침 햇살을 받으며 마니차를 돌리다, 논과 밭에 물을 보러 나가거나 소나 염소에게 꼴을 먹이고, 저녁이면 노란 백열등 아래 온 가족이 모여 식사를 한다. 이런 풍경들, 그러니까 누구에게는 단조롭고 지루할 수도 있을 이러한 풍경들이 내게는 한없이 평화롭다.
"이곳에서 한동안 살아보는 건 어때?"눈앞 풍경들이 매일 내게 말을 건네는 소리를 듣는다. 여행학교 아이들은 어떨까? 바쁘고 복잡한 일상 속에서 갓 빠져나온 그들에게 이 단조로운 일상이 과연 어떤 기억으로 남게 될까? 한편으로 궁금하고 또 한편으로 걱정스럽다.
홈스테이 3일 동안 아이들은 '네스핀'과 '자고'와 '강첸'의 집 안에서 각자 보내는 시간들이 많았다. 그들은 스칼마와 남겔과 양돌과 같은 꼬마들과 놀거나, 주운 나뭇가지를 깎아 윷놀이를 하거나, 주인아주머니 부엌일을 도와주며 하루를 보냈다. 또 밀린 일기를 쓰거나 빨래를 하기도 하고 그래도 심심하면 서로의 집을 방문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