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시의회 권영길 의장이 새누리당 김석기 후보(왼쪽) 선거사무실을 방문해 지지의사를 밝히고 있다
김석기 후보실
"김석기 예비후보는 용산참사 살인진압과 일왕 축하연 참석, 여론조사 조작 및 타후보 지지 호도, 석사학위 논문 표절에 이르기까지 결정적인 결격사유가 차고도 넘쳐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없다. 국민의 생명과 안위를 저버린 경찰 수장을 국회의원 후보로 낙점한다면 집권여당과 대한민국의 수치가 아닐 수 없다. 문제투성이 국회의원 후보를 공천한 새누리당은 집권여당으로서 자격이 없다. 경주 유권자들을 우롱한 결과를 보면서 착잡한 심경으로 김석기 예비후보 공천을 강력하게 규탄한다. 유권자인 경주시민들이 낡고 음습한 구태정치를 심판해줄 것으로 믿는다." 지난 19일, 새누리당 공천관리위원회가 경북 경주시 후보로 김석기 전 서울지방경찰청장을 확정한 직후 권영국 변호사가 예비후보 신분으로 낸 보도자료 중 일부다. 어디 김석기 후보 한 명 뿐이랴. "결격사유가 차고도 넘치는" 새누리당 후보들의 리스트 말이다.
그럼에도 김석기 후보는 아주 특별한 존재로 각광(?)을 받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MB 정부에서 벌어졌던 용산참사 이후 경찰청장 자리에서 물러난 김석기 후보의 이력이 그 누구보다 화려(?)하기 때문이다. 김 후보의 전력을 좀 더 들여다보자.
용산참사 이후 승승장구"김석기를 국회가 아닌 감옥으로."지난 9일, 용산참사 유가족들은 경주시내 김석기 새누리당 예비후보 선거사무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김석기는 용산참사 책임을 아랫사람에게만 떠넘기면서 국민적 지탄 속에 공직에서 쫓겨나듯 내려온 사람"이라며 "이런 사람이 국회의원이 된다면 경주시민에게도 모욕적인 일"이라고 울분을 토하기도 했다.
이에 앞서 지난 2일, 용산참사 진상규명위원회는 김석기 당시 예비후보의 공천을 반대하는 시민 2061명이 서명한 의견서를 새누리당 공천관리위원회에 제출하기도 했다. 다음날인 3일, 2016 총선시민네트워크는 김석기 후보가 포함된 1차 공천 부적격자 명단을 발표했다. 물론, 새누리당은 공천을 강행했다.
2009년으로 시계를 돌려보자. 그해 2월, 용산참사의 책임을 두고 비난이 쏟아지자 당시 김석기 서울경찰청장은 "도의적 책임을 지고 경찰청장 내정과 서울경찰청장직을 사퇴하기로 결심했다"면서도 "경찰의 정당한 공권력 행사 과정에서 발생한 예기치 못한 사고였다"는 취지의 발언으로 원성을 산 바 있다.
그 이후의 행보는 더욱 가관이다. 정확히 다섯 달 만인 2009년 7월, 한국자유총연맹 부총재로 선임됐다. 자숙도 모자랄 판에 우익단체의 간판으로 얼굴을 내민 것이다. 이후 2011년 3월, 이명박 정부는 김석기 전 청장을 일본 오사카총영사관 총영사로 임명했다. 용산참사를 진두지휘한 책임자에게 이명박 정부가 내린 일종의 전리품에 가까운 낙하산 인사였다.
그러나 김석기 후보의 야망은 그칠 줄 몰랐다. 임기 3년짜리 총영사 자리를 내팽개친 그는 고작 8달도 채우지 못하고 귀국해 19대 총선에 출마하겠다고 선언한다. 그것이 2011년 11월의 일이다. 새누리당도 김석기 후보의 행보가 못마땅했는지, 공천을 주진 않았다. 공천에서 탈락한 김 후보는 19대 총선에 무소속으로 출마했지만 낙선했다. 물론 고향인 경주에서였다.
이후 영남대 객원교수를 역임하던 그를 이번엔 박근혜 정부가 발탁했다. 2013년 10월 김석기 후보는 한국공항공사 사장으로 임명됐다. 일본경찰대를 졸업하고, 동국대학교 행정대학원 공안행정학과 석사 출신인 그가 어떤 전문성을 인정받아 한국공항공사 사장이 됐는지 정확히 알고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김석기 후보는 이번에도 3년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하고 자리를 박차고 나와 20대 총선에 출마했다. 공직의 임기는 무시하고 오로지 국회의원 자리만 바라본다고 비판받을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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