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부관을 점거한 학생들. 점거는 며칠 동안 이어지고 있다.
여준수
게다가 학교는 이렇게 불확실한 사업을 학생들과 충분한 논의를 거치지 않고 추진했다. 이번 구조조정에서 또 다른 문제로 지적되는 것은 학교 측의 '불통 행정'이다.
이번 구조조정안이 발표되기 전에도 학생들은 줄기차게 구조조정에 반대하는 입장을 밝혀왔다. 하지만 학교 측은 이미 2015년 '구조개혁위원회'를 구성해 밀실 회의를 이어왔으며, 학생들에게는 묵묵부답으로 대응해왔다. 그러다가 2016년 1월 시무식에서 일방적으로 구조조정 계획을 발표한 것이다.
비대위 관계자는 기자와 통화에서 "학생들의 요구에 마지못해 몇 차례 간담회가 이루어지긴 했지만, 이마저도 일방적인 통보의 자리에 그쳤다"고 전했다. 이후 발표된 구조조정안에도 학생들의 요구 사항은 아무것도 반영되지 않았다.
구조조정의 대상이 된 국민대 국제학부 학생회에 따르면, 지난 3월 3일 학생 대표자-대학 본부 인사 회의에서 학교 측은 '학교의 경쟁력을 위해 구조조정이 불가피한 상황이며, 분리통합 이후 시너지 효과 창출이 기대되고, 학생과 교수가 합심하여 커리큘럼을 수정·개선하면 충분한 경쟁력을 갖출 수 있을 것'이라는 의견을 전했다고 한다.
학교와 학생 간의 갈등이 절정에 달한 것이 23일 교무위원회 사태다. 이날 학생들은 피켓 시위를 위해 회의가 열리는 국제교류관으로 진입하려고 했다. 그러자 교직원들이 학생들을 물리적으로 막아섰다. 교직원들은 책상 등 사무실 집기로 건물 입구를 봉쇄했으며, 진입을 시도하는 학생들과 몸싸움을 벌였다.
이 과정에서 학생과 교직원이 물리적 마찰을 빚는 상황이 발생했다. 이동현 비대위 집행국장이 학교 교직원과 몸싸움을 벌이다 목이 눌리고, 내동댕이쳐진 것이다. 이씨는 기자와 통화에서 당시 상황을 "아찔한 순간이었다"고 설명하며 "뒤에 사람이라도 있어서 다행이지, 바닥으로 떨어졌다면 머리도 다칠 수 있는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해당 교직원은 <국민대신문>과 통화에서 "학생들과 교직원 사이의 충돌 과정에서 전 사회학과 학생회장 이동현씨의 목을 타격한 것은 고의가 없었다"고 해명했다. 이어 그는 "학생들의 출입을 막았던 것은 교무위원회가 교수들만 들어가서 회의하는 공간이기 때문이었고, 교직원은 방어만 했을 뿐 고의로 학생을 폭행하는 일은 없었다"고 말했다.
학교 측과 학생들의 갈등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올해 개교 70주년을 맞은 국민대학교는 '혁신의 70년, 국민*의 미래'라는 슬로건을 발표했다. 하지만 학생들의 미래와 행복을 고려하지 않고 불통으로 일관하는 학교가 이뤄낼 혁신과 미래가 어떤 가치가 있을지 회의가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