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모 총회-2교장선생님께서 학교 현황에 대해 설명중이시다.
이정혁
1학년이어서인지 스물넷 아이들의 부모 중 대다수가 참석했다. 그리고 그중 아빠는 나 혼자였다. 몇몇 질문과 답변이 오갔고, 30여 분의 시간이 흐른 뒤 대화는 끝났다. 자리에서 일어나 조용히 나오려는데, 담임선생님께서 부르신다. 큰 아이가 오늘 학교에서 다툼이 있었다고 한다. 얼굴을 주먹으로 맞았고 눈물을 보였다고 하신다. 알아듣게 타일렀으니 너무 걱정 마시라 말씀하셨다.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심장 박동수가 빨라지고 뇌압이 상승했다.
"남자 아이들끼리 학기 초에 충분히 그럴 수 있죠. 선생님만 믿겠습니다."
이렇게 말하고 쿨한 척 돌아 나왔지만, 집으로 돌아오는 길의 머릿속에는 '주먹, 얼굴, 눈물' 세 단어만 소용돌이쳤다. 다행히 때린 아이의 파워가 약했었는지, 조준이 잘못된 건지 큰 아이의 얼굴에 푸릇한 밤송이가 달려있지는 않았다. 아무 일 없었다는 듯 평온한 얼굴의 아이를 보니 마음이 조금 놓였다.
그리고 그제야 학부모 연수 시간에 나온 학교폭력에 대한 내용이 생각났다. 학교폭력이나 왕따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아이와의 많은 대화가 최우선이라는 것, 아이의 태도와 행동변화를 예의주시하라는 것, 그리고 학교에서 문제가 생기면 일차적으로는 담임선생님의 손에 맡겨야지 아이 싸움이 부모 싸움 되는 게 비일비재하다는 것 등 반쯤 졸며 듣던 내용들이 갑자기 떠올랐다.
'남의 일이 아니구나' 하는 생각이 들며 대책을 고민해본다. 내가 요즘 배우고 있는 복싱을 큰 아이에게 빨리 가르쳐야겠다는 인과응보형 결론부터, 때렸다는 아이를 만나 짜장면을 사주며 차근차근 이야기해볼까 하는 회유포섭형 결론을 거쳐, 주먹을 휘두른 아이의 가정환경과 성장배경에 대한 원인분석형 결론까지, 다양한 각도로 생각해봤지만 묘안이 떠오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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