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가 지난 2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당대표실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자신의 거취에 대해 입장을 밝히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비례대표 2번'과 '노욕'. 지난 주말부터 김종인 대표와 관련한 핵심 키워드다. 그러나, 배배꼬인 실타래와 같았던 분란이 가닥을 잡으면서, 발끈했던 김종인 대표의 본심은 일단 비난의 중심축에서 비껴가는 분위기다.
무수한 추측과 중계가 난무했지만, 결국 A, B, C 그룹별 투표를 포함한 비례대표 후보 지명이 김종인 대표의 안이 아닌 일부 핵심 비대위원들 중심으로 강행됐고, 김종인 대표와 중앙위의 갈등으로 비춰졌던 분란이 실제로는 '김종인 vs. 비대위'의 대결국면이었다는 정황 또한 드러나고 있다(관련기사:
김종인 화 났다, 중앙위 아니라 비대위에...).
그렇기에 더더욱 문재인 전 대표의 구기동 김종인 대표 자택 방문과 박영선 의원을 비롯한 비대위원들의 조아림은 상징적인 장면이 아닐 수 없었다.
필리버스터 중단과 정청래·이해찬 컷오프에 이어 비례대표 공천 파문까지. 쉴 새 없던 더민주의 자충수로 등을 돌리는 듯 했던 당원들과 지지자들의 원성도 김종인 대표의 '총선 체제' 선언과 함께 잦아들면서 어찌됐건 봉합 수순을 밟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심지어 김종인 대표는 24일 오후 '대한민국 임시정부 사진전' 개막식에 참석, "대한민국 뿌리는 임시정부다"라며 "더민주는 앞장서서 우리 역사를 바로 세우겠다"고 밝혔다. 국정교과서로 대표되는 박근혜 정부의 퇴행적 역사관에 정면으로 맞서겠다는 뜻을 천명한 것이다. 경제와 역사,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겠다는 포석이 아닐 수 없다. 그렇다면, 이제 '김종인호'는 어느 쪽으로 방향키를 잡을 것인가.
"평시 지지율 20%, 투표 지지율 40%, 더민주는 불안하다" "더민주는 호남의 지지세력, 비영남권 운동권, 그리고 노사모로 대표되는 진보적 네티즌 세력이 연대한 정당이다. 지역색을 제외하고 보면 이념적으로는 수구적 진보와 개혁적 진보가 뒤섞여 있지만 운동권 시절 학습한 논리가 아직도 우세하다. 희망버스로 대표되는 수구적 진보가 더 많다. 공무원, 공기업, 대기업 정규직 노조의 이익을 우선한다. 그런데 이들은 전체 노동자의 10%도 안 된다...(중략)...권력은 국민에게서 나온다. 국민들에게 예뻐 보여야 한다. 지금은 너무 못생겼다. 결심을 해야 한다. 정권교체를 위해 화장을 할 것인지, 수술을 할 것인지. 물론 화장만 하고 싶다. 김종인 박사에게 화장을 주문했다. 수술은 싫다. 자기 얼굴을 고치고 싶지는 않다. 밤에 혼자 화장을 지운 민낯을 보고 싶다. 이건 자기 정체성이다. 웬걸! 그는 자기가 의사란다. 수술을 하자고 한다. 이건 원래부터 싫다. 이번엔 밥줄도 달렸다. 파국 바로 직전까지 갔다 왔다."김종인 대표가 '사퇴' 대신 '잔류' 의사를 내비치던 23일 오후, 전 한화투자증권 사장이자 더민주 정책공약단 주진형 부단장은 장문의 페이스북 글을 통해 더민주 내부를 향한 신랄하고 가감 없는 의견을 개진했다. 더민주가 "평시 지지율 20%, 투표 지지율 40%로 고착화"된 이유가 "불안하고", "무능하고", "국민들이 이렇게 생각해도 별 걱정을 안 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총선 국면으로 돌입하기 전, 더민주의 모습이 실로 그러했다는 점을 부인할 수 있는 이는 많지 않을 것이다. 주 부단장이 김종인 대표가 영입한 인재의 대표 격이라는 점에서, 그의 글 속에서 김종인 대표의 본심을 유추하는 시선도 존재한다.
<중앙일보>는 24일 '김종인, 진보패권 세력에 선전포고... 총선 뒤 충돌 불가피'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주 부단장이 "여전히 오월동주다", "불안한 동거는 다시 시작됐다"라고 한 전망을 인용하기도 했다. 이후 논란이 일고, 기사화가 되자 주 부단장은 원 글을 삭제한 상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진형 부단장은 글 말미에 "나는 수술을 돕고 싶다"고 적었다. "수술이 될지는 두고 보면 안다. 앞으로 2년 동안 수술을 안 하면 정권교체가 불가능하다는 현실적 계산과 그냥 수술이 싫은 정서적 미련 사이에서 한동안 오락가락할 것이다"라는 그의 경고는 분명 여전히 갈등의 씨앗이 남아 있는 더민주가 새겨들어야 할 일침이 아닐 수 없다. 그 수술의 내용에 대해선 이견이 분분하겠지만 말이다.
그런 점에서, 24일 오후 정청래 의원을 비롯한 몇몇 의원이 '더컷 유세단'을 결성했다는 소식은 꽤 시의적절하게 보인다.
'김종인호' 총선 체제에 '더컷유세단' 등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