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에서 외국인을 처음 만났다. 마을에는 외국인 관광객이 거의 없었고 대부분 정글 탐사를 나섰다.
송성영
늘 그랬듯이 오전 11시쯤 아침 겸 점심 식사를 마치고 리조트 원두막에서 노트북을 펼쳐 놓고 일기를 쓰면서 빈둥빈둥하다가 오후 2시쯤 마을 앞 강가로 나섰다. 강가에 젊은 외국인 남녀 한 쌍이 보였다. 여자는 강에서 수영하는 아이들을 바라보며 비키니 차림으로 일광욕을 즐기고 있었고 그 한 옆에서 여행 가이드라는 네팔 사내와 멕시코 청년이 마을 아이들과 모닥불을 피워 수프를 끓여가며 감자를 굽고 있었다.
마을에서 외국인 관광객을 단 한 사람도 만나지 못했는데 처음으로 만난 외국인이었다. 내가 묵고 있는 리조트의 매니저 말로는 비수기라서 관광객들이 많지 않은 것도 있지만 그나마 찾아오는 대부분의 외국인들은 정글 탐사를 나섰다고 한다.
영국과 멕시코, 두 청춘 남녀는 인도 여행지에서 만났다고 한다. 그들은 인도의 요기들처럼 허름한 차림새로 긴 머리에 수염을 덥수룩하게 기르고 있는 나의 겉모습이 궁금한지 물었다.
"수행자이십니까?""수행자라고는 할 수 없습니다. 글을 쓰면서 가끔씩 명상을 합니다.""저도 명상을 합니다."멕시코 청년이 자신도 명상에 관심이 많고 기타를 쳐가며 노래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 집 아이들도 기타치고 노래를 한다고 했더니 자신의 음악에 대해 장황하게 설명한다. 하지만 그의 깊이 있는 영어를 알아들을 수가 없었기에 내 의견 또한 내놓을 수가 없었다. 나는 영어를 잘 하는 외국인을 만나면 말이 굳어진다.
나의 영어는 내 수준과 비슷한 현지인들을 만나면 그런대로 잘 통하지만 영어를 잘하는 외국인들은 다양한 단어에 말조차 빨라 알아듣기 어렵다. 그들 또한 대충 대충 단어를 늘어놓는 내 엉터리 영어를 잘 알아듣지 못한다. 그렇게 나는 외국인을 만나면 시골 현지인들과 다름없는 촌놈이 된다.
"나는 영어를 잘 못합니다.""상관없습니다. 저녁 때 다시 봬요."외국인 청년들이 저녁 때 자신들의 숙소로 놀러 오라고 한다. 자신들의 기타 연주와 노래, 질 좋은 대마초를 피울 수 있다는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