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겉그림
다섯수레
가만히 보면, 일찍 꽃이나 잎을 터뜨린 나무는 가을에 잎을 일찍 떨굽니다. 느즈막하게 꽃이나 잎을 터뜨린 나무는 가을에 잎을 더디 떨구어요. 모든 나무가 꼭 이런 얼거리는 아닐 테지만, 나무마다 바라는 바람이랑 볕이랑 날씨가 다 다르네 하고 새삼스레 느끼면서 바라봅니다.
나무는 추위를 이겨 낼 포근한 옷을 입기도 해요. 꽃이나 잎이 될 겨울눈은 복슬복슬한 털옷을 입고 겨울을 지내요. (6쪽)한영식 님이 글을 쓰고, 남성훈 님이 그림을 그린 <식물은 어떻게 겨울나기를 하나요?>(다섯수레, 2015)를 읽으면서 우리 집 나무를 헤아립니다. 바야흐로 봄볕이 무르익으면서 유채잎이나 갓잎은 오므라듭니다. 겨우내 잎을 넓게 펼치던 유채나 갓인데, 이제는 몸통 한복판에 곧게 꽃대를 올리는 데에 힘을 모아요. 배추도 이와 같지요. 꽃대가 오를 무렵에는 잎이 오므라들어요. 잎으로 퍼뜨린 기운을 꽃으로 모으려는 뜻이니까요.
이즈음 동백꽃은 하나둘 커다란 꽃송이를 벌리고, 후박나무는 잎눈을 더욱 단단히 맺으면서 부풀립니다. 붓꽃은 길쭉한 잎이 올라오고, 곁에서 솔(부추)도 올망졸망 키재기를 하듯이 솟습니다. 우리 집 흰민들레가 한 송이씩 꽃송이를 펼치면서 곰밤부리꽃이랑 봄까지꽃하고 어우러지고, 앵두나무도 머잖아 발그스름하면서 하얀 꽃송이를 터뜨릴 듯합니다. 겨우내 꽁꽁 옹크리던 수많은 나무와 풀이 새롭게 기지개를 켜는 모습을 보면서 아이들도 하루 내내 마당에서 뛰어놉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