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편지향기도 지난 2월 8일 광화문광장 시국미사에서 ‘보편지향기도’를 바치기 위해 대기하고 있는 신자들
전재우
천주교의 미사전례 안에는 '보편지향기도'라는 예절이 있다. '신자들의 기도'라고도 부른다. 미리 정해진 신자들(대개는 4명)이 한 사람씩 개별 기도를 한다. 평일미사에는 없고 주일미사와 의무축일, 또 판공미사 등 특수한 미사에는 신자들에게 개별 기도를 할 수 있는 기회가 부여된다. 현재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매주 월요일 저녁에 거행되는 '시국미사'에서는 매번 보편지향기도가 신자들에게 배려되고 있다.
광화문에서는 위정자들의 회개를 청원하는 기도, 생명‧환경 파괴 문제를 환기하는 기도, 해고 노동자들의 복직과 노동개악 저지를 청원하는 기도, 세월호 진실 규명을 애원하는 기도, 국정교과서 문제를 환기하는 기도, 남북 관계의 파탄을 아파하며 민족의 평화통일을 갈망하는 기도, 또 경찰의 물대포에 맞아 현재 수개월째 서울대병원에 의식불명 상태로 누워 있는 백남기 농민의 쾌유를 비는 기도 등이 바쳐진다.
우리나라의 현실상황을 반영하는 특수한 기도들이지만, 보편성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그 기도들에서 '보편지향'의 구체성을 더욱 명확히 실감할 수도 있다. 각 본당의 주일미사에서 바쳐지는 보편지향기도들은 대개 일률적인 것이어서 무미건조한 면이 없지 않다. 형식적인 느낌도 들고, 너무 포괄적이고 추상적이기도 해서 신자들의 감응은 단조로울 수밖에 없다.
그래도 미사 중간에 신자들에게 개별 기도를 할 수 있는 기회가 부여된다는 것은 큰 축복이다. 대개는 한 사람당 1분 내외이므로 시간 소모도 적당하고, 정해진 사람이 정해진 순서에 따라 기도를 바치므로 전례 분위기를 해치는 일도 없다. 여러 명의 신자들이 참여하는 보편지향기도는 과거의 '보는 미사'를 '함께 하는 미사'로 만들어주는 중요한 요소다.
1980년대 5공 시절에 바쳤던 기도들에 대한 기억
광화문에 가서 미사를 지내며 보편지향기도들을 들을 때마다 떠오르는 추억이 있다. 본당에서는 들을 수 없는 특수한 내용의, 다소 길기도 한 기도들이어서 나는 자연 추억 속으로 빠져들곤 한다.
옛날에는 미사 중간에 신자들이 참여하는 개별 기도가 없었다. 초대 교회 때는 성행했으나 지나치게 사적인 일, 개인적인 감정 표현의 남용으로 6세기 이후 사라졌다가 1960년대 제2차 바티칸공의회 이후 복구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