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혁명 당시의 공장.
위키피디아 백과사전 영문판
수공업 공장으로 쫓겨 가지 않고 기계제 공장에 남게 된 사람들의 형편도 그다지 좋지는 않았다. 물론 이들은 굶어죽은 노동자나 재래식 공장으로 밀려간 사람들보다는 형편이 좋았다. 그런 면에서 이들은 엘리트 노동자들이었다. 그래서 남들의 부러움을 샀겠지만, 이들은 자본가 앞에서 더욱 더 움츠러들 수밖에 없었다. 기계 노동자들의 군단을 보유한 자본가는 이전보다도 강해졌고 노동자보다도 강해졌기 때문이다.
기계제 공장에서는 종전에 숙련공이 하던 일을 기계가 대신하게 됐다. 그래서 이런 공장에서는 숙련공의 숫자가 갈수록 줄어들었다. 그리고 그 자리는 미숙련 노동자와 어린이들이 차지하게 되었다. 이것은 노동자들의 협상력을 떨어뜨리는 결과를 초래했다. 자본가 앞에만 서면 노동자가 작아지게 됐던 것이다.
물론 기계는 인간의 수고를 덜어주라고 만든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기계 그 자체는 인류에게 해롭지 않다. 오히려 유익한 존재다. 그것은 특히 생산현장 일선의 노동자들에게 유익하다. 하지만 산업혁명 시기의 기계는 노동자들의 수고를 덜어주는 정도가 아니라 그들을 아예 쉬거나 죽도록 만들었다. 그 영향력은 쉬거나 죽지 않은 노동자에게까지 점차 확대됐다.
기계는 인간의 적으로 태어나지 않았다. 그런데도 노동자들의 삶을 몰락시킨 것은 기계가 노동자들의 반대편에 섰기 때문이다. 기계는 자신을 구입하고 고용한 자본가들의 편이었다. 그래서 자본가의 이익에 따라 열심히 일을 함으로써 인간 노동자들을 약화시키고, 이를 통해 주인인 자본가의 지위를 높이는 데 기여했던 것이다.
결국 가진 자와 가지지 못한 자의 대결새로운 문명의 이기가 출현할 때마다 많은 사람들은 그것이 인간을 능가할까 못할까를 궁금해 한다. 산업혁명 초기의 노동자들도 그랬다. 그러다가 기계가 인간을 능가할 것 같다는 판단이 들자 기계를 부수러 달려갔던 것이다.
하지만 문제의 본질은 노동자와 기계의 양자관계에 있지 않았다. 노동자가 기계한테 일자리를 빼앗긴 게 이 사안의 본질이 아니었다. 달리 말해, '기계가 이길까, 인간이 이길까'는 핵심이 아니었던 것이다.
문제의 본질은 기계를 갖지 못한 자와 기계를 가진 자의 역학구도에 있었다. 기계를 가진 자본가들은 노동자와의 관계에서 한층 더 우위를 차지하게 됐으며, 이를 바탕으로 경제·정치 제도를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바꾸고 이것을 발판으로 역사상 그 어떤 지배계급보다도 훨씬 큰 부를 축적했다. 기계가 인간을 누른 게 아니라 기계를 가진 자가 갖지 못한 자를 눌렀던 것이다.
인류 역사에서 순차적으로 출현한 경제적 지배계급 중에서 산업혁명 이후의 자본가만큼 대단한 집단은 없었다. 이전의 지배계급과 달리 이들은 정치권력이나 종교권력을 직접 장악하지 않고도 세상의 경제를 효율적으로 장악했다.
이전 시대의 경제적 지배층은 귀족이나 봉건영주 혹은 성직자의 지위를 겸했다. 하지만 자본가 계급은 그렇지 않았다. 경제권력만으로도 세상의 부를 움켜쥘 수 있었던 것은 자본가 계급이 기계에 대한 지배력을 통해 노동자 대중을 효과적으로 견제했기 때문이다.
유사한 일은 이전 시대에도 얼마든지 있었다. 지금의 인공지능 컴퓨터는 산업혁명 이후의 기계가 정교한 개량을 거친 결과물이라 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인공지능 컴퓨터와 산업혁명 당시의 기계는 기계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또 다른 공통점은 둘 다 철기라는 점이다. 두 개 다 철기시대의 산물인 것이다.
철기시대가 되기 전에 인간은 청동기 시대를 살았고 그 이전에는 석기시대를 살았다. 석기시대에서 청동기 시대로 진입할 때와 청동기시대에서 철기시대로 진입할 때도, 인류는 새로운 도구를 갖지 못한 자와 가진 자의 역학구도를 갖고 있었다.
석기시대의 끝자락에 청동기라는 새로운 도구를 가진 세력은 갖지 못한 세력을 누르고 번영을 구가했다. 청동기를 가진 세력은 초기의 국가형태를 갖추고 자신들의 지배력을 공고히 했다. 청동기 시대의 끝자락에 철기라는 새로운 도구를 확보한 세력은 갖지 못한 세력을 따돌리고 부와 권력을 축적했다. 이들은 청동기 시대보다 훨씬 더 정교한 국가 형태를 갖춤으로써 자신들의 지배력을 튼튼히 하는 데 성공했다.
이렇게, 도구가 바뀌거나 정교해지는 전환기 때마다 문제의 본질은 인간과 도구의 역학 구도가 아니었다. 인간과 청동기 혹은 인간과 철기의 대결은 사안의 핵심이 아니었다. 문제의 본령은 인간 내부에 있었다. 새로운 도구를 갖지 못한 인간과 가진 인간의 대결이 결정적 요소였던 것이다. '새로운 도구가 인간을 능가하게 될까'를 고민할 게 아니라 '새로운 도구를 보유한 인간이 그렇지 못한 인간을 얼마나 더 착취할까'를 고민해야 했던 것이다.
이전보다 정교해진 도구를 획득한 지배계급이 그렇지 못한 피지배계급을 종전보다 훨씬 더 교묘한 방법으로 통치하면서 자신들의 부를 축적하게 된다는 게 도구 문제 혹은 기계 문제의 진짜 본질이다. 그런 의미에서 본다면, 다 지나간 일이기는 하지만, 산업혁명 초기의 노동자들이 부수려고 달려갈 진짜 대상은 기계가 아니라 다른 것이었다고 말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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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mjongsung.com.시사와역사 출판사(sisahistory.com)대표,제15회 임종국상.유튜브 시사와역사 채널.저서:친일파의 재산,대논쟁 한국사,반일종족주의 무엇이 문제인가,조선상고사,나는 세종이다,역사추리 조선사,당쟁의 한국사,왜 미국은 북한을 이기지못하나,발해고(4권본),한국 중국 일본 그들의 교과서가 가르치지 않는 역사 등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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