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티즈 댕희가 진희의 친구가 됐다(사진 속 개는 댕희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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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기견이라고 하면 보통 사람들은 우울하고 무거운 분위기를 떠올리곤 한다. 실제로 청소년 동물사랑실천단 단원들끼리 산책 봉사활동을 나가고 나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 아이들이 정말 모두 다 유기견이에요?"이라고 묻는다. 생각보다 밝고 활발한 분위기 탓에 유기견으로 보이기 보다는 그저 많은 사람이 강아지와 산책하는구나 하고 생각하시곤 한다. 산책이 아니라 산책 봉사임은 조끼가 아니면 알아보기 힘들다.
청소년 동물사랑실천단은 아주 오래 전부터 아이들의 밝은 모습이 모두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이리 고민하고, 저리 고민한 끝에 청소년 동물사랑실천단이 한 선택은 '무료분양'이었다.
하지만, 그저 무료로 아이들의 인생을 무작정 떠넘기고 싶지는 않았기에 청소년 동물사랑실천단은 한 가지 조건을 걸었다. 65세 이상 노인, 국가유공자, 장애인 등 도움이 필요한 사람에 한해 무료분양을 하는 것이었다. 그렇게 모두에게 '파견'을 가고 '입양'을 가는 아이들에게, 우리는 '사회적 역할견'이라는 이름을 붙여줬다.
청소년 동물사랑실천단은 무료분양을 진행하기 전에 한 단체에 도움을 청했다. 염수진 대표의 '유기견 새삶'. 유기견 새삶과 청소년 동물사랑실천단은 무료 분양자를 선정하고, 유기견 새삶의 도움을 받아 주기적으로 방문하고, 수의사를 희망하는 학생들과 수의사와 함께 추후 관리까지 돕기로 한 것. 그저 단순히 강아지를 무료 분양하는 것으로 끝나는 게 아니다. 좋은 가족을 찾아주고자 한 이 사업을 통해 에이미는 댕희로써, 사회적 역할견으로써 가게 됐다.
댕희의 임무는 생각보다 막중한 임무였다. 댕희의 주인이 돼줄 한진희(15)군은 지체장애인이다. '아름학교' 라는 특수학교에 재학 중인 진희군은 지체장애임과 동시에 습관적으로 자해를 하는 아이였다. 몸에 상처를 내고, 그 피를 자기 방 이곳저곳에 묻히고는 했다. 부모님이 하지 말라고 말려도 보고, 락스로 핏자국을 지우려고도 했지만 지울 수 없었다.
그러던 중 그의 부모님은 유기견 새삶과 청소년 동물사랑실천단이 진행하는 사회적 역할견을 알고 신청을 했다. 하지만, 고민이 하나 있었다. 우선 진희에게는 두 동생이 있었다. 부모 입장에서는 세 아이를 기르면서 강아지를 들인다는 게 부담감으로 다가왔다. 추후 관리까지 도와준다고는 하지만 쉽게 믿을 수 없었다. 우선은 임시 입양의 형태로 지난 2월, 댕희는 파견 나갔다.
댕희의 효과는 생각보다 엄청났다. 자해를 일삼던 진희는 댕희를 만나고 더 이상 자해를 하지 않았다. 세 아이 모두 댕희를 사랑했고, 아꼈으며 좋은 가족이 돼줬다. 자해를 그만두고, 목욕을 즐기고. 어떻게 보면 평범한 일상이지만 진희에게 힘들었던 것들을 하나하나 해볼 수 있게 됐다. 이 모든 것에 댕희의 힘이 컸다. 가족은 댕희를 통한 진희의 변화에 놀랐고, 계속해서 상태가 좋아지나, 힘들지는 않나 확인해주는 유기견 새삶과 청소년 동물사랑실천단에 신뢰를 갖고 확실하게 입양을 결정했다.
행복한 댕희, 행복한 진희... 사람도, 강아지도 모두 반갑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