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란드룩에서 바라본 설산들. 왼쪽이 안나푸르나 남봉(7219m), 오른쪽이 히운출리(6441m).
박혜경
젖은 신발에 휴지를 잔뜩 쑤셔 넣고, 슬리퍼를 질질 끌며 2층 식당으로 향했다. 비는 여전히 부슬부슬. 진흙탕물이 맨발 위로 사정없이 튀었다.
생각해보면 트레킹 첫날부터 비가 내렸다. 오후 늦게 내리던 것이 점점 시간을 앞당기더니 거의 하루 종일 비가 내리는 날까지 된 것이다. 포터 아저씨는 작년, 재작년만해도 3월에 이렇게 비가 자주 내리진 않았단다. 3월은 원래 건기인데, 몬순처럼 거의 매일 비가 내리는 건 이상한 일이라는 거다. 지구온난화 같은 것들 때문이겠지. 도시에서 팍팍 쓴 죄를 여기서 받고 있나 보다.
거울을 보니 얼굴이 온통 시뻘겋게 익었다. ABC(안나푸르나 베이스캠프)로 가면서 눈에 반사된 햇빛을 받은 게 컸다. 뒷목은 이미 껍질이 벗겨질 지경이다.
"네팔에서 사고났나 봐요. 렌터카랑 버스가 충돌해서 한국인 4명이 사망했대요."6일 만에 연결한 와이파이로 비보가 날아들었다. 포카라에서 카트만두로 가던 렌터카가 마주오던 버스와 충돌했단다. 우리 역시 포카라로 올 때 지나온 길이었을 것이다. 안개 때문에 시야가 흐렸고, 추돌이 아닌 충돌인 걸로 봐서 누군가 추월하다 사고가 난 듯 싶었다.
포카라와 카트만두 사이를 잇는 도로는 2차선 남짓 된다. 도로 폭이 좁기에 중앙선을 넘어 앞차를 추월해 나가는 곡예운전은 빈번하게 일어난다. 언제 사고가 나도 이상할 것 없는 상황.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일이기에 뉴스가 더 무겁게 다가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