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당 안철수, 천정배 공동대표가 지난 1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이날 안 대표는 야권연대 요구를 접고 당무에 복귀한 천 공동대표에 대해 "비온 뒤 땅이 더 단단해지듯 국민의당은 더 단단해 질 것이다"라며 "우리 국민은 인공지능의 명령대로 움직이는 바둑돌이 아니다. 정치공학만으로는 승리를 담보할 수 없다. 천 대표와 함께 국민의 마음과 믿음을 얻어서 총선에서 승리할 수 있도록 힘을 합쳐 나가겠다"고 말했다.
유성호
국민의당 김영환 인재영입위원장은 17일 오후 당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우리 당에서 모시고 싶은 분들이 꽤 있다"며 새누리당에서 탈당한 진영 의원을 직접적으로 거론했다. 그는 "진영 의원님은 참 좋은 분이라 생각하고, 박근혜 정부에 의해서 공천 탄압, 학살을 당한 대표적인 인물이라고 생각한다"며 "서울에서는 이재오 의원, 조해진 의원, 임태희 의원, 안상수 의원 이런 분들도 있다"고 말해 새누리당 공천 탈락 의원들의 추가 영입도 고려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모든 것이 명확해지는 느낌이다. 그동안 당의 정체성을 놓고 숱한 논란이 이어져 왔던 점을 감안하면 김영환 위원장의 이날 발언은 여전히 안갯속에 있었던 국민의당의 실체를 확증시키는 선언이나 다름이 없다.
이로써 국민의당의 상징과도 같던 '새정치', 진보와 보수를 아우르는 합리적 개혁의 의미, 국민이 중심이 되는 정치를 통해 정치 개혁과 세상의 큰 변화를 이끌어내겠다던 참뜻이 비로소 밝혀진 셈이다. 이제는 저들이 국민의당을 창당한 이유를 확실히 알겠다.
국민의당이 지금까지 쏟아낸 화려한 말의 성찬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재활용'으로 귀결된다. 새것이 아닌 기존의 것들을 활용해 새정치를 펼치고, 합리적인 개혁을 추구하고, 정치 개혁과 사회 변혁을 이루겠다는 소리다.
대단하다. 이것이야말로 지금껏 누구도 생각지 못한 발상의 전환이자 통념을 허무는 전복이기 때문이다. 자원고갈과 무분별한 낭비로 재활용의 미덕이 절실히 요구되는 이때에 정치계에서도 '아나바다(아껴 쓰고 나눠 쓰고 바꿔쓰고 다시 쓰는)' 운동이 본격화 될 모양이다.
낡고 닳은 것들로 새것을 창출해내겠다는 불굴의 도전정신에 박수를 보낸다. 만약 이 재활용이 성공을 거둘 수만 있다면 대한민국의 정치사는 국민의당에 의해서, 안철수에 의해서 완전히 새롭게 쓰이게 될 것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국민의당은 창당을 꿈꾸고 있는 미래의 정치정당에게도 좋은 롤모델이 된다.
양당체제와 기성정치에 대한 혐오와 불신에 편승한 기계적인 양비론과 뜬구름 잡는 모호한 말의 성찬, '아나바다'의 미덕을 적절히 버무리기만 한다면 후발주자들도 언제든 기성정치에 도전장을 내밀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얼마나 획기적이며 효율적인가. 시대의 소임을 떠안은 국민의당의 어깨가 무겁다.
'새정치' 위해 부디 살아남으시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