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위원장은 산업용 전기요금 현실화와 FIT 재도입을 탈핵을 위한 전제조건으로 꼽았다.
배지열
이 위원장은 FIT 도입은 예산과 제도의 문제가 아니라 정부의 의지 문제라고 말했다. 정부와 정책입안자들은 재생가능에너지가 유용한 에너지원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믿지 않고 있다는 게 그의 판단이다. 이 위원장은 "우리는 신기후변화 체제에서 대응책을 원자력 발전 확대로 막는 우를 범하고 있다"며 "탈핵으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재생가능에너지가 가져올 신생 일자리와 발전 가능성을 못 보면 계속 뒤처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전국 소형 태양광발전사업자 모임에 갔는데, 그곳에는 정부가 태양광에 투자하래서 자기 연금까지 투자해서 시작했다가 팔지도 못하거나, 가격이 낮아지는 바람에 대출했던 은행에 이자도 갚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었어요. 정책적으로 이 사람들을 지원하기 위해서라도 FIT를 재도입해야 합니다. 이 사람들이 살아나야 탈핵도 가능해요."'재생가능에너지 100%'도 꿈은 아니다지난해 12월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유엔기후변화협약의 키워드는 '100% 재생가능에너지'였다. 독일을 비롯한 유럽 국가들뿐만 아니라 미국 일부 지역에서도 실제 목표로 설정하고 있다. 마을은 물론이고 도시 단위에서도 재생가능에너지 외에 다른 에너지원을 사용하지 않는 개념이다.
독일은 지난해 재생가능에너지로 만들어낸 전력량이 전체 전력량 대비 30% 수준에 올라섰고 점점 비중을 늘려갈 계획이다. 주택의 경우에도 에너지 손실을 막는 패시브 하우스나 건물에서 쓰는 전력 외에 추가로 전력을 생산할 수 있는 플러스 하우스까지 등장해 다양한 양식으로 발전하고 있다.
이 위원장은 "우리나라에서는 재생가능에너지가 만들어낸 전력이 늘어나면 에너지원의 특성상 안정적인 수급이 어려울 것이라고 주장한다"며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에 대해 고민하기 전에 회피하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발기인 200여 명으로 시작해 현재 당원 약 8400여 명으로 규모가 커진 녹색당은 지난 2012년 총선에서 처음 의회진출을 시도했지만 성공하지 못했다. 탈핵과 에너지전환을 연구해온 전문가, 원전과 송전탑 부지 반대운동에 참여했던 주민, 현장 활동가 등이 여전히 열심히 뛴다.
아직까지 정당을 인물 위주로 보는 사람들이 많아 '안철수 당이냐'는 질문도 많이 받는다. 이 위원장은 "길거리에서 시민들을 만나다 보면 녹색당이 다루고 있는 이슈들에 대해서도 이야기할 때가 됐다는 반응들이 많아졌다"며 "나이 많은 어르신들도 예전보다 기후변화 문제가 심각하다는데 동의해주시고 손자, 손녀들을 걱정하는 마음으로 대책이 필요하다는 데 동의한다"고 말했다.
한·중·일 삼각공조 필요한 탈원전30기의 원전을 가동하면서 추가로 24기를 건설 중인 중국, 후쿠시마 원전 사고 후 폐쇄했던 48기의 원전 중 3기를 재가동한 일본, 그리고 영토 내 세계 1위의 원전밀집도를 기록하고 있는 우리나라. 게다가 북한의 핵무기 개발 의혹까지 더해진 동북아 지역은 언제 터질지 모르는 화약고와 같다.
녹색당은 동북아 지역에서 국가 간 탈핵 선언을 제안하고 '동아시아 탈핵 공동체'라는 해결책을 지향하고 있다. 핵무기와 원자력발전에서 벗어나 재생가능에너지 산업을 공유하고 핵 위협으로부터 벗어나는 얘기다.
"북한에도 재생가능에너지 산업을 제안해야 해요. 독일 녹색당 의원과 만날 기회가 있었는데, 독일은 북한에 이미 소형 풍력 발전기나 태양광 발전기를 보급하는 사업을 진행하고 있었어요. 우리나라도 재생가능에너지 기반이 있다면 남북간 협력을 이어나갈 수 있습니다."녹색당은 4월 총선에서 정당 득표율 3%이상을 얻어 비례대표 의원을 원내에 진출시킬 수 있기를 희망하고 있다. 이 위원장은 "우리나라 같이 양당 체제가 공고한 정치에서 녹색당 출신 의원이 나온다면 정치사에 큰 의미가 될 것"이라며 "구호만 외치는 게 아니라 관련 분야에서 쌓은 경험들을 바탕으로 탈핵이 대안이 되고 실현되는 모습을 보이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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