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순희 한국국악협회 인천지회장
김영숙
"큰 틀로 국악이라고 하는데, 그 안에는 소리(판소리·민요·병창·정가 등)뿐 아니라 기악(가야금·거문고·아쟁·해금 등), 무용(한국무용·현대무용 등), 풍물(꽹과리·징·장구·북 등) 등이 있어요. 국악은 우리의 뿌리죠."국악을 쉽게 풀어달라고 했으나, 쉽지 않았다. 이 지회장은 그중 소리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설명해줬다. 옛날 일하면서 불렀던 '노동요'에는 한이 서려있다는 해설과 더불어 지역별로는 지금의 경기·인천 일대에서 부른 경기민요, 황해도나 평안도 등 이북지역에서 불린 서도민요, 강원도의 동부민요, 전라도의 판소리와 제주민요 등이 있다고 했다.
판소리와 민요의 차이를 물어봤다.
"판소리는 통목(가식 없이 쓰는 육성)을 써서 굵은 소리를 내요. 그밖에 경기민요·동부민요·제주민요는 깨끗하고 맑은 소리를 내죠. 그래서 경기민요를 배우는 사람들이 제주민요와 동부민요는 배우지만 판소리는 배우지 않아요."경기12잡가는 앉아서 부른다 해서 좌창, 사설이 길다는 뜻으로 잡가라고 한다. 일반인들에게는 생소한 소리지만 경기12잡가는 서민의 희로애락이 직설적인 언어로 표현돼 있어, 전통음악의 중요한 가치를 지니고 있다.
경기12잡가에는 유산가·적벽가·제비가·소춘향가·집장가·형장가·평양가·선유가·출인가·십장가·방물가·달거리가 있다. 그중 유산가는 산천 경치를 노래하고 있고, 소춘향가·집장가·형장가·평양가는 판소리 춘향가의 내용을 따서 사설을 지은 것이고, 적벽가는 판소리의 적벽가와 비슷하고, 제비가는 판소리 흥보가와 내용이 통한다고 설명했다.
평양가·출인가·십장가·방물가·달거리는 서민적인 인정과 사랑 등을 노래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 지회장은 "경기민요가 대중에게 익숙하지 않고 듣기에 다소 힘이 들지만 높고 낮은 음과 중간 음 등, 소리의 모든 요소가 다 들어있어 소리의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소리꾼인 어머니가 부끄러웠지만, 이제는 대를 잇고자 노력"어머니도 기억이 안 난다고 하는데, 외증조부께서 피리를 부셨대요. 외할아버지는 대금을 부셨고요. 어머니와 이모는 경기민요를 하셨어요. 제가 어렸을 때는 가난해서 보릿고개 넘기기가 힘들었는데 그나마 소리꾼은 소리 한 자락하고 밥 한 끼 얻어먹을 수 있어서, 어머니는 제가 소리를 하기 바랐어요. 다섯 살 때부터 배웠는데 그때는 정말 하기 싫었죠. 떼를 쓰다 울며 잠든 기억밖에 없습니다."이 지회장의 어머니인 박일심 여사는 장타령을 했다. 장타령이란 장터를 무대로 활동한 소리꾼들이 시장을 흥청거리게 하고 물건을 팔기 위해 부르던 노래로, 품바나 각설이타령과는 다르다고 했다. 그러나 그녀가 어렸을 때 어머니가 장타령을 하면, 그게 창피해 숨어 다녔단다.
"그때는 엄마가 무서워서 억지로 배웠는데 지금 생각하면 철없던 거죠. 그걸 배웠기에 제가 무형문화재까지 된 거니까요."박일심 여사는 운명하기 7년 전, 이 지회장에게 장타령을 제대로 가르치려 했다. 그러나 그때도 '철이 없던' 그녀는 어머니의 뜻을 멀리했고, 어머니가 세상에 없자 뒤늦게 장타령의 가치와 어머니의 예술성을 깨닫기 시작했다. 이 지회장은 어머니의 장타령을 복원해 2008년에 장타령과 경기민요 발표회를 열었다.
그녀는 소리의 길이 얼마나 힘든지 알기에 자식만은 소리꾼이 아닌 평범한 직장인이길 바랐다. 그러나 인력으로는 막을 수 없었던 것일까.
"아들이 태안에 있는 절이 좋다고 해서 지난해 다녀왔는데 마침 큰스님이 계시다기에 만나 뵈었어요. 큰스님 말씀이 '이어야하는데… 끊겨서는 안 된다'고 하시더라고요."본인을 끝으로 소리꾼 4대를 마무리하겠다는 생각했던 이 지회장은 아들에게만은 국악을 가르치지 않았다. 그런데 아들은 대기업을 비롯해 여러 직장을 다녔지만 오래 못 다니고 방황했다. 이 지회장은 큰스님의 말씀을 듣고 천륜이라 생각해 더 이상 막지 않았다. 아들 나이 36세였다. 아들은 현재 경기12잡가 보존회 사무국장으로 함께하고 있다.
국악협회 인천시지회장에 인천예총 부회장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