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나 무엇이든 놀이가 될 수 있는 시골아이.
최종규
고형렬 님이 쓴 <은빛 물고기>(최측의농간, 2016)라는 책도 읽어 봅니다.
"치어들의 어미 연어는 사라지고 그 대신 자연이 아이들을 길러내는 것은 연어 생명이 의지하고 진화해 온 오묘한 은혜다,"(본문 65쪽)사람뿐 아니라 물고기도 어미 혼자 새끼를 기르지 않습니다. 새도 벌레도 어미 혼자 새끼를 돌보지 않습니다. 들짐승도 이와 같아요. 온누리 모든 어버이(어미)는 아이(새끼)가 슬기로우면서 사랑스레 자라도록 온힘을 쏟습니다만, 어버이 사랑이나 손길로만 아이들이 자라지 않아요. 아이 하나가 오롯이 자라는 데에는 온마을 어른이 모든 슬기와 사랑을 모은다고 했듯이, 어버이를 비롯해서 온마을 어른이 따스히 아낄 뿐 아니라, 바람도 해도 별도 비도 눈도 흙도 나무도 풀도 나비도 벌레도 짐승도 벌도 꽃도 '돌봄이' 구실을 해줍니다.
숲에서 난 것을 먹는 삶이고, 숲에서 난 것으로 옷을 짓는 살림이며, 숲에서 난 것이 집을 짓는 바탕이 되는 사랑이라고 할 수 있어요. 누구나 숲살림이고 숲살이요 숲사람이자 숲넋이랄까요.
시골에는 학원이 적고, 놀이시설이나 문화시설도 적으며, 읍내 도서관도 작아요. 시골에서 나고 자란 어린이와 푸름이는 도시 아이들처럼 학원 열 군데를 다니기 어려울 뿐 아니라, 학원 서너 군데조차 다니기 어렵습니다. 학원이 워낙 적고 읍내에만 있으니까요.
그렇지만 우리 시골에서 나고 자라는 어린이와 푸름이한테는 더없이 고운 바람이 있고 해하고 별하고 달이 있어요. 밤마다 별잔치를 누리고, 낮에는 따사로운 햇볕에다가 싱그러운 바람을 타고 흐르는 구름을 지켜볼 수 있어요. 텔레비전에 기대지 않아도 하늘을 보며 날씨를 읽는 눈썰미를 배우지요. 대학교를 안 다녀도 흙을 손수 만지고 일구면서 흙살림을 익히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