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27일 대표시절 주재한 마지막 최고위원회의에서 참석한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남소연
'친노패권주의'라는 말이 있다. 더불어민주당의 전신이었던 새정치민주연합, 민주당, 민주통합당 시절부터 특정 세력이 경쟁하는 다른 세력을 공격하기 위해 쓰는 단어다. 지난해 새정치민주연합의 당 대표 선거 당시 박지원 의원은 문재인 의원이 당 대표가 되면 '친노패권으로 당이 힘들어질 것'이라고 했다. 문재인 의원이 당 대표가 되자 비주류를 자청한 주승용, 김한길, 박영선 의원 등이 친노패권을 청산하라며 연일 지도부를 공격했다.
대권주자였던 안철수 의원도 줄곧 문재인 대표 사퇴를 요구하며 친노패권 청산을 외쳤다. 안철수 의원은 탈당하여 국민의당을 만든 지금까지도 더불어민주당에 친노패권이 존재하고 있어 야권통합은 불가하다고 말한다.
패권주의란 말은 무력으로 천하를 다스리는 자의 권력이라는 뜻이다. 노무현 대통령 서거를 계기로 소위 친노세력이 한동안 야당의 주류세력으로 이어온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하지만 친노패권주의 청산을 외치는 사람들이 주장하는 것처럼 당권을 이용해서 비주류를 힘으로 억누르고, 영향력을 행사하고, 주요당직을 차지하고, 당을 마음대로 좌지우지했는지는 의문이다.
2009년 노무현 대통령 서거 당시 야권의 수많은 정치인들이 친노라고 주장하며 노무현을 선거에 이용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고 그들 중 대부분의 인사들이 친노에서 벗어나 각자의 목소리를 냈고, 김두관 전 경남도지사 같은 경우는 오히려 친노의 색깔을 지우려고 노력한 것이 사실이었다.
안철수, 정동영, 박영선, 김부겸, 박지원, 천정배 등과 같은 야권의 주요 인사들은 하나같이 만악의 근원을 친노패권이라고 주장했다. 그들은 '친노패권 청산'을 지금도 주장한다. 그렇다면 그들이 주장하는 친노패권 인사는 누구인가?
문재인 대표는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에게 전권을 위임하고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한명숙 의원은 구속되었고, 국민의당에서 친노패권세력으로 규정한 정청래, 이해찬 의원은 얼마 전 더불어민주당 공천 과정에서 컷오프(공천 배제) 됐다. 그 외에 친노패권세력으로 부를 만한 영향력이 있는 인물은 없다.
친노패권이 아직도 살아있는 힘이라면 이해찬 의원과 정청래 의원이 공천 배제될 이유는 없었을 것이다. 오히려 박영선 의원이나 이철희 전략기획본부장 같은 사람이 김종인 대표 뒤에서 새로운 '패권'을 형성해 그 힘을 과시하고 세력을 규합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반문하고 싶다.
패권주의는 힘으로써 상대방 세력을 누르고 자기세력의 힘을 과시하는 것이다. 현대 민주주의 정당체제에는 없어져야 할 구시대의 유물이다. 현재 김종인 대표 체제가 행하고 있는, 당원과 지지자들의 의사를 무시한 공천권의 무력행사를 과연 무엇이라고 불러야 할까? 친김종인패권인가? 친박영선패권인가?
박영선 의원에게 요청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