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다리가 불구가 된 코끼리. 벌목과 관광산업에 쓰이던 코끼리들은 다리와 발에 질병이 있는 경우가 많다.
이형주
야생에서 코끼리는 혈연관계로 된 무리를 이루어 생활한다. 이곳의 코끼리들은 자기들끼리 무리를 선택한다. 전혀 본 적 없는 코끼리들이 대여섯 마리씩 가족을 이루기도 하고, 아기 코끼리의 유모 역할을 자청하기도 하며, 때로는 단짝친구가 되기도 한다.
벌목에 쓰이던 '조키아'는 임신 11개월의 몸으로 나무를 끌다가 유산했다. 산 밑으로 굴러떨어진 태아의 생사조차 확인하지 못한 조키아는 우울증에 걸렸다. 움직일 의지가 없는 조키아에게 마훗(Mahout, 코끼리를 조련하는 사람)은 새총으로 한쪽 눈을 쏴서 노동을 강요했다. 그래도 말을 듣지 않자 결국에는 남은 한 눈도 칼로 후벼 팠다.
앞이 보이지 않는 조키아는 조그만 소리에도 깜짝 놀랐다. 먹이를 실은 트럭이나 자원봉사자 일행이 다가올 때마다 '끼익, 끼이익' 하며 불안감을 표시했다. 그럴 때마다 어디선가 어김없이 '꾸우웅-'하는 굵은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바로 단짝친구 '매펌'이다. 조키아가 불안해 할 때마다 소리를 내서 "괜찮아, 놀랄 필요 없어"라는 신호를 보냈다. 식사 때가 되면 높은 소리로 친구를 부르고, 개울가로 목욕을 갈 때도 잊지 않고 챙겼다.
힘든 노역도, 모진 학대도 앗아갈 수 없었던 코끼리들의 아름다운 영혼. 그 앞에서 인간의 존재가 작고 초라하게 느껴졌다.
진정한 동물과의 교감은 '생명 존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