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 뒤꼍에서 얻는 갯기름나물. 집에서 그날그날 뜯어서 먹는 나물하고, 가게에서 사다 먹는 나물은 싱그러움이나 맛이 확 벌어질 만큼 다릅니다. 이 '다른 맛'이란 무엇일까요?
최종규
손수 심어서 거둔 남새가 맛있는 까닭을 알려면, 참말로 손수 씨앗을 심어서 남새를 길러 보아야 합니다. 손수 사랑을 기울여서 씨앗을 가린 뒤에 심어야 하고, 손수 땀을 흘리며 남새를 돌봐야 하며, 손수 기쁜 웃음을 지으며 열매를 거두어야 하는데, 마지막으로 손수 알뜰살뜰 품을 들여서 다듬고 손질하여 밥을 차려야지요.
밥 한 그릇에는 오롯이 우리 손길이 깃들어요. 이도 저도 스스로 하지 않고 돈만 치러서 사다가 먹는다면 '심고·가꾸고·거두고·짓는' 손길이 하나도 없어요. 그래도, 이 네 가지 손길이 없어도 '차리는' 손길은 있는데, 집밥이 아닌 바깥밥을 먹으면 '차림손(차리는 손길)'마저 내 마음을 들이지 못합니다.
"맛은 결정적으로 달라요! 흙에서 가꾼 노지재배 싹눈파가 압도적으로 맛있다구요!" (191쪽)"새로운 아이디어를 짜내는 것은 좋으나, 수업으로 익힌 기술을 잃지 않는 것도 중요하다." (212쪽)'쇼타. 도쿄와 오타루는 정말 멀지만, 내 응원의 목소리가 들리니? 힘내, 힘내, 쇼타! 뒤돌아보지 말고 있는 힘을 다해 달려가!' (297쪽)집에서 부엌데기로 지내야 하는 몸일 적에는 '남이 해 준 밥'이면 다 맛있다고 말하기도 합니다. 그렇지만 참말 '남이 해 준 밥'이면 다 맛이 있을는지 아리송해요. 왜냐하면, 저는 '남이 해 준 밥'은 고마우면서 맛있고, '내가 손수 지은 밥'은 즐거우면서 맛있다고 느끼거든요. 남이 해 주기에 더 맛있지 않고, 또 덜 맛있지도 않습니다. 바깥밥은 고마우면서 맛있는 밥이요, 집밥은 즐거우면서 맛있는 밥이로구나 하고 느껴요.
나중에 우리 집 아이들이 무럭무럭 자라서 이 아이들이 저희 손으로 밥을 차려서 나한테 내민다면, 이때에는 '고마움 + 보람 + 사랑'이 고루 어우러진 맛있는 밥이 되리라 느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