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순왕, <가려진 지속-석정 윤세주>, 2016 항일 투쟁 옥살이에서도 책을 놓지 않았던 책벌레이자 철학자인 윤세주
박진우
권순왕 교수는 최근 몇 년째 시대의 아픔인 역사를 주제로 작품 활동을 하고 있다. 지난 해에는 1947년부터 1953년까지 제주도에서 있었던 해방전후의 엄청난 아픔인 '제주4․3'을 주제로 한 바 있으며, 최근 몇 년째 역사를 중심으로 작품을 진행하고 있다.
특히 이번 작품을 준비하면서 "임시정부 마지막 국무위원으로 해방 후 귀국하였으나 친일경찰에게 모욕을 당한 뒤 귀가해 사흘 동안 울었다는 이야기와 자료를 보고 가슴이 너무 아팠다. 약산의 그 눈물은 조선의열단과 조선의용대 등 항일투쟁가들이 흘린 피눈물이었을 것이고, 엄청난 고통이었을 것이다. 그래서 그 고통을 표현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권 작가의 말처럼 작품 중 일부는 캔버스에 칼자국을 내고 뒤편에서 물감을 밀어 넣는 기법으로 마치 피눈물을 흘리는 듯한 분위기를 연출하며 당시 항일 투쟁가들의 해방 후 친일파들에 대한 고통과 함께 역사의 미완인 친일청산의 뜻을 나타내고 있었다.
이번 전시의 기획을 맡은 큐레이터 백다은 선생은 "권순왕은 역사 이미지를 통해서 작품에 접근하고 있다. 예술은 이미지에 의해서 구성이 된다고 하지만, 권순왕의 작품에서 특이한 점은 그간의 상징적 이미지의 접근에서 역사적 사진 이미지를 프린트한 후 그 위에 재 작업을 하는 방식으로 변화하는 지점에 있다. 그는 이미지를 찢고 다시 물감으로 채우며 이미지 자체를 드러내며 그 위에 감정 혹은 그들의 감정을 대변하듯 조금 더 강한 회화적 투쟁을 하고 있는 이유는 아마도 예술가로서의 삶에서 일어나는 시간의 지속에서의 발견과 더불어 역사 속에서 잊혀진 약산과 의열단을 비롯해 우리 독립운동가들을 기억하고자 하는 의도"라고 해석하였다.
분단된 나라에서 꺼내기가 너무나 힘든 시대의 이야기인데다, 그래서 가르치지 않는, 그리고 기억하기를 회피하는, 망각하는 역사 이야기를 작가인 권순왕 교수는 굳이 "가려짐"이라는 단어로 역사를 상기시켰고, "지속"이라는 단어를 통해 그들이 꿈꾸었던 사람사는 세상, 통일된 한반도, 그리고 분단된 나라에서의 명예 회복의 날을 기약하고 있는 듯하다.
해방 70주년을 의미하는 영화 '암살', 올해 많은 시민들의 눈물과 함께 한 '귀향' 등 가려진 역사의 진실을 밝히는 작업으로서의 이번 전시 또한 의미 있는 전시가 될 것이다. 작품은 경남 밀양시 교동 밀양시립박물관의 특별 전시관에서 오는 26일까지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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